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대 역행하는 서울대 폐지론

민주당이 '서울대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서울대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바꾸고 학부는 기초학문만 남기고 없애는 가운데 전국 국립대를 학문별로 특화 육성시키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폐지 주장의 명분은 삼척동자라도 안다. 대학 서열화, 이로 인한 중등교육의 황폐화와 과도한 사교육, 부와 학력의 세습을 통한 양극화 심화라는 학벌주의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해 서울캠퍼스ㆍ대구캠퍼스ㆍ광주캠퍼스 등으로 만들어 우수 인재 분산과 지역균형개발을 유도한다는 취지도 이해할 수 있다. 과거 프랑스가 파리 소재 대학들을 대상으로 이런 식의 개편을 한 적이 있다.


정부를 이끌고 사회질서를 잡는 국가 중추조직의 출신 대학 비율을 보면 '서울대 공화국'이라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다. 정계나 재계도 전체 비율상으로 크지 않더라도 핵심 포스트는 서울대 출신이 아니고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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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학의 서열이 바뀔 뿐 여전히 명문ㆍ비명문 대학은 존재한다. 이른바 스카이 대학들을 다 없애도 그 다음 대학들이 줄을 선다. 서울대 폐지는 오히려 과거 고교평준화를 연상케 하는 하향평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핵심 인재의 양성 확보가 강조되는 시대에 서울대 폐지론은 당치 않다. 천연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사람이 유일한 국가경쟁력이다.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의지할 것은 사람 밖에 없다. 대학의 경쟁력은 바로 우수 인재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각국마다 자국의 대학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하고 그 안에서 특급 인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 폐지론을 펴면 대선 득표와 연결될지 모르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일이다. 민주당에 만약 그런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 그야말로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지금 국가적 과제는 서울대를 짓밟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대학들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느냐에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국제적인 학력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정작 대학에 가서는 뒤처지는 원인을 찾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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