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6월 29일] 실손보험 분쟁이 남긴 것

'카인 콤플렉스(Cain complex)'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구약성서에 아담의 아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시기해 죽인 데서 유래한 말인데 형제 간의 경쟁심이나 적대감 등을 뜻한다. 굳이 고구려 패망사나 몇몇 재벌들의 형제 간 재산 싸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원수지간이 된 형제들을 심심찮게 목도하곤 한다. 요즘 실손형 의료보험(민영의료보험)을 둘러싼 생명보험사들과 손해보험사들의 이전투구를 보노라면 카인 콤플렉스라는 말이 꼭 개인 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국민들 눈에는 생보사나 손보사나 비슷해 보이지만 이들은 마치 원수처럼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에는 생보사들과 손보사들의 수장들이 각자 사장단 회의를 갖고 공개적으로 서로를 반박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보험권 내 싸움도 지난 22일 금융위원회가 입원ㆍ치료비 일부를 가입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실손보험 개편 방향을 내놓으면서 중대 전기를 맞고 있다. 시장을 잠식당하게 된 손보사 노조가 정권 퇴진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감정 싸움은 보험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보험권 전체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어떨까. 현재 보험산업은 경기 침체에 따른 성장률 둔화, 저금리로 역마진 위협, 자본시장 시행 등으로 일대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은행ㆍ증권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정부정책의 후순위로 밀렸다고 피해의식만 가질 게 아니라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이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가령 '제2의 사회안전망'으로서 보험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할 경우 보험산업 전체의 성장도 도모하고 노후 준비가 걱정인 국민들로부터 박수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재정적자로 고민하고 있는 정부를 설득하기 쉽지 않겠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공동 보조가 더 절실한 실정이다. 또 보험사의 예ㆍ적금 상품 판매 허용, 신용카드 업무 겸용 허용 등을 통해 보험사도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존의 보험 시장을 서로 뺏겼다고 혈투를 벌일 게 아니라 보험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려는 업계 공동의 노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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