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논리 정치논리/임종건 부국장겸 사회부장(데스크 칼럼)

경제가 하도 엉망이다 보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저마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다.경제학교수 출신의 후보자까지 나선 이번 대선전에서 모든 후보들은 경제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금방 경제가 살아날 것 같이 말하고 있다. 그들은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는 경제논리의 요체는 자유경쟁과 민간자율이다. 경제논리는 효율극대화의 논리이다. 효율은 기업활동에서 더 없이 강조된다. 기업의 생존이 경영효율의 극대화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논리는 협의로는 기업의 논리로 인식된다. 한국같은 재벌중심의 경제체제에서 경제논리는 재벌의 논리로 동일시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제논리는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의 논리이기도 하다. 모두가 이기는 경쟁은 하나의 이상일뿐 본질적으로 경쟁은 소수의 승자만을 낸다. 효율 경쟁, 공정경쟁을 통한 승리라면 승자는 존중을 받아 마땅하다. 경제논리가 이처럼 각광을 받는 것과 달리 정치논리는 매도당하기 일쑤다.그것은 정치의 자승자박이다. 정치집단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집단으로 낙인받은지 오래다. 생산적인 정치와는 거리가 먼 권모술수와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은 결과다. 그러나 이상적인 정치논리는 경쟁의 패자들도 껴안고 가는 논리이다. 그래서 학문으로서의 정치는 사회통합이라는 고상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개념상으로도 결코 경제논리보다 하위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정치인들이 원래 박애주의자나 사회통합주의자여서라기보다는 1인1표라는 민주제선거의 표의 등가성이 낳은 결과물이다. 부의 정도에 따라 표의 가치에 차등을 둔다면 정치인들은 서슴지 않고 부자편만을 들 것이다. 그러나 사회통합이라는 면에서도 우리의 정치현실은 정반대이다. 갈등만 만들어내는 지역할거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표가 되는 일이라면 강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는다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다. 표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귀를 솔깃하게하는 말을 할 궁리만 한다. 한 예로 정치인들은 예산절감을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예산을 부풀려 놓는게 습관처럼 돼버렸다. 작은 정부를 구현한다면서도 실제로는 늘려놓기를 예사로 한다. 인심쓰기를 좋아하는 정치인들의 속성 탓이다. 때문에 정치인의 약속은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무리하게 시도되어 국민경제에 부담을 준다. 그런 행태들이 누적돼 불신의 대명사처럼 된 것이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합의에 의해 사회를 유지해나간다. 통합과정은 지리하고 힘이 든다. 이른바 민주주의의 비용이다. 긴 눈으로 말한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인 질곡은 민주주의의 비용을 치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 비용이 국가의 진운을 가로막을 정도라면 정치는 해악일 뿐이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게 한국정치의 고비용구조다. 돈으로 표를 살수 있다는 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 돈은 상당부분 기업의 부담이다. 거기서 정경유착이 일어난다. 거기에 지역 및 파당이기주의와 개인적인 탐욕이 얽혀 정치는 부패한다. 정치가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요즘 재평가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3공화국 정부가 한 예이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으로 독재성향의 체제였다. 공산독재국가들도 혁명과 선동의 열기가 살아있을 동안은 자본주의 체제와 대등한 듯이 보였다. 그러나 한 사람의 독단과 카리스마에 의존한 체제는 합의에 의한 체제보다 비능률적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이 이를 잘 말해준다. 경제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이 저마다 떠들어대는 경제논리는 과연 기초가 제대로 서있는가.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는 어느면에서는 정치적 독재체제를 능가한다는 지적이 있다. 재벌총수의 결정은 성역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은 그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의 독단이 빚어낸 비효율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늘에서 군함」에 이르는 끝모르는 확장욕과 「정글의 법칙」이 판을 치는 절제없는 경쟁이 필연적으로 불러온 결과이다. 줄줄이 쓰러지는 기업들은 어찌보면 재벌놀음의 희생자들이다. 경제논리나 정치논리 모두 절도를 잃고 있다. 두 논리는 절도를 찾아야 하고 그리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

관련기사



임종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