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청천난류에 습격 당한 여객기

4일 밤 印尼발 인천행 KAL기 5초 동안 아수라장<br>10여명 부상… 예정 시각에 무사 도착<br>추락 가능성 없지만 예측·대응 어려워<br>좌석벨트 늘 매는게 사고 예방에 최선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지난 4일 오후10시5분(현지시각) 대한항공 여객기 KE628편(보잉 747-400)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공항을 이륙해 인천으로 향했다. 밤이었지만 날씨는 맑았고 비행은 순조로웠다.

이륙한 지 약 1시간가량 지날 무렵 갑자기 비행기는 수직 낙하했다. 승객들은 '꺅'하며 비명을 질렀고 서 있던 승무원들은 천장에 부딪치거나 중심을 잃으며 넘어졌다. 기체가 심하게 요동치면서 탁자 위의 음식물은 모조리 쓰러졌다. 단 5초에 불과했지만 평화롭던 비행기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KE628편은 이후 제 고도를 되찾았고 5일 오전7시5분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승무원과 승객들 10여명은 바로 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승무원 1명의 치아가 부러졌고 승객 1명이 뜨거운 음식물에 데였다.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승객들은 간단한 조치 후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좌석벨트 착용 경고등이 켜져 있어 승객들이 별 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만일 승객 대부분이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면 큰 사고로 번질 뻔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상학적으로 특이사항은 없었는데 예상치 못한 난기류를 만나는 바람에 잠깐의 동요가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예정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사건의 주범 청천난류(晴天亂流ㆍclear air turbulence)는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에서 수직이나 수평 방향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기류를 만나면 비행기의 고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난류가 지나가는 곳은 예측이 가능해 조종사가 우회하거나 승객ㆍ승무원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뒤 난류대를 통과한다. 그러나 청천난류는 맑은 날씨에 갑작스러운 돌풍을 만나는 것으로 현재 기술로는 예측할 수가 없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황인 셈이다. 보통 난류가 심하면 조종사가 피해가는데 야간에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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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도 항공기상청 예보관은 "바람의 흐름이 강한 높은 하늘에서 갑자기 풍향이 바뀌는 곳을 비행기가 통과할 때 기체가 크게 흔들린다"며 "청천난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예상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업계에 따르면 연간 2~3차례 심한 청천난류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5월 인천발 쿠알라룸푸르행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청천난류를 만나 20여명이 다친 사례가 있었으며 이후 큰 사고는 보고된 바 없다.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비행기 난기류 사고로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적은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청천난류는 비행고도 3만~4만피트(9~12㎞) 상공에서 발생하므로 항공기가 심한 요동을 치더라도 엔진의 힘으로 제 항로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추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진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중형기체계설계팀장은 "열대지방은 바람이 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데 이번 난기류는 항공기의 양력보다 강한 힘의 바람이 아래로 불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난기류를 만난다고 비행기 통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천난류로 비행기 내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좌석 벨트 경고등이 꺼졌더라도 항상 매고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청천난류 예보장치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비행 중 항상 벨트를 매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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