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의 반칙

◎미 대통령선거운동 불법자금스캔들로 민주당의 탁월한 자금모금전문가가 물러났다지난 4월 한 한국기업인이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사진찍기에 관심을 보였을때 민주당전국위원회는 그에게 대통령선거운동 자금모금용 5만달러짜리 표를 팔게 된 것을 기뻐하기만 했다. 처음엔 이 거래는 관례대로 처리됐다. 존 리는 이 표를 한 장이 아니라 5장이나 구입했다. 그후 리는 각계 인사들과 함께 만찬에 참석, 멋진 감사장을 받았다. 2주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기자가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문의전화를 하기 전까지는 모든 일이 순탄한 듯했다. 그 기자는 미국선거에 외국인의 기부행위가 허용된 이유를 알고싶다고 했다. 민주당전국위원회는 이같은 유형의 일이 선거자금모금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전국위원회는 즉각 리로부터 받은 25만달러를 돌려주고 기부행위 심사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리는 그후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주 로스엔젤레스 센추리 시티와 서울 소재 그의 사무실은 문을 닫았다. 행방불명중 리는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보브 돌에게 선물을 안겼다. 리의 현찰거래식 선거자금제공행위는 선거자금 관련법의 최대 허점 중 하나를 드러내 클린턴의 명백한 부패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려는 보브 돌의 선거전략에 참신한 공격재료를 제공했다. 돌은 『대통령은 미래로의 다리를 자주 얘기한다. 그것이 부유한 정치자금기부자들로 연결되는 다리인 경우가 더 많은 것같다』며 『그것은 세탁소를 거쳐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머문 다음 백악관 집무실로 굴러들어간다』고 말한다. 돌이 비난의 말솜씨를 뽐내기 전에 민주당 간부들은 사건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 금요일 그들은 연방선거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그후 그들은 리로부터 기부금을 받았으며 워싱턴에서 소규모 모금 경력을 쌓아 자신의 아시아인맥으로부터 올들어 4백만∼5백만달러를 거둔 존 황 민주당전국위 부위원장을 해임했다. 2년 전 그는 상무부에 고위관리로 들어가 아시아기업인 그룹 인맥을 키웠다. 이런 경력 덕분에 그가 전국위원회로 자리를 옮겼을 때 아시아기업인들의 청탁을 받는 매우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됐다. 그는 클린턴으로부터 일솜씨가 매우 적극적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따라서 황이 아시아기업인들에게 주선했던 의혹대상의 기부금을 막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황이 주선한 보다 의심스런 상당수 기부행위들이 폭로되어 민주당지도부가 기부금에 대한 감독업무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의 데일리뉴스는 앨 고어 부통령이 지난 4월 캘리포니아 하시엔다 하이츠 소재 불교사원에서 열린 선거자금모금 오찬모임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면세혜택을 받은 종교단체가 정당을 지원하는 매우 특이한(매우 부적절한) 광경을 연출했다. 오찬후 아시아계 기업인들은 민주당에 14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보도됐다. 상당수 기부금은 가난하다는 서원에도 불구하고 남녀승려들의 명의로 제공된 것이다. 이같은 수법은 외국인 기부자의 이름이 민주당전국위원회의 명단에 오르지않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분명했다. 텍사스주사원 관계자인 맨 야 신이라는 여인은 기자에게 민주당 당원들이 다가와 자기에게 5천달러의 소액수표를 주며 그 액수만큼 민주당전국위원회 앞 수표를 끊으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위원회는 헌금제공자들을 확보키 위해 사원측에 1만5천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14만달러를 지키려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모한다스 K 간디 인도 지도자와 친분이 있는 캘리포니아 오린다의 기업가인 요게시 간디는 클린턴에게 마하트마 간디 세계 평화상을 수여한 후 민주당전국위에 지난 5월 32만5천달러를 건네줬다. 기부금이 자신의 돈이라면 귀화한 국민으로서 간디가 기부하는 것은 합법적인 것이다. 간디는 본래 부유하다고 말하지만 ABC뉴스가 입수한 납세기록에 의하면 그와 그의 재단은 1만달러 이상이나 세금이 체납됐으며 심지어 간디는 집도 없다. 그는 누구를 대리하고 있는가. 월 스트리트 저널은 간디가 인도와 미국과의 기업유대를 강화하려는 인도의 정치자금 모집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 돌과 공화당 동료들은 외국선거자금중 최대의 논란거리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인도네시아 대기업과 연관된 기부자가 민주당전국위에 거액을 준 사건이었다. 청탁의혹은 당장 드러나지 않았지만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과 다른 공화당원들은 수상쩍은 부분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의혹대상중에는 지난해 백악관이 인도네시아 재벌 모크타의 60억달러 규모의 보험, 금융, 부동산 제국인 리포그룹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하심 닝에게 의례적인 안부카드를 보낸 것이 있다. 카드를 받은 후 오래지 않아 하심의 딸과 사위인 소라야와 아리에프 위리아디나타 부부는 민주당전국위에 42만5천달러를 기부했다. 버지니아 교외에 살고 있던 위리아디나타 부부는 과거 잠시 미국에 거주했었다. 그후 그들은 인도네시아로 돌아와서 그들이 기부했던 수표중 일부분에 서명했을지도 모른다. 리포와 클린턴의 관계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크타 리아디의 아들 제임스가 80년대 리틀 록에서 현지 은행을 운영하고 있을때 리아디 부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성행하는 뒷거래 정치문화가 아칸소의 아늑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수년내 제임스 리아디는 클린턴 주지사의 서클에 가담했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자 제임스는 미·인도네시아 관계에 있어 비공식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93년 그는 클린턴과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간의 모임을 주선하는데 일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인권운동가들과 공화당원들은 리포그룹이 자금력을 활용, 미행정부가 인도네시아 공장 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단행한 무역제재조치를 완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양국관계는 좋아졌지만 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클린턴이 인권보다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와의 무역관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리아디 가문으로선 아시아 기업가들이 미 정치인에 대한 기부행위와 관련, 최대의 희망사항인 「모국에서의 위신」을 추구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스탠퍼드 대학의 로렌스 라우 경제학과 교수는 『본국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발상이다. 미국에서 거물로 통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대통령과 식사를 하고 같이 사진을 찍는다. 그러면 본국인들이 「이 사람은 좋은 연줄을 갖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고 한다. 지난주 인도네시아에서는 기금파문이 퍼지면서 리아디의 비서들은 리아디 부자가 「출타중」 「업무여행중」 「통화중」이라면서 리아디 부자의 노출을 피했다. ­산드라 버튼/홍콩 ­마이클 샤리/자카르타 ­더글러스 왈러/워싱턴 ­제임스 윌워스/로스앤젤레스<케빈 페다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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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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