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7월 1일] 안전보건 '서울선언'에 담긴 뜻

태풍ㆍ대홍수ㆍ지진으로 지구촌이 어수선하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태풍과 엔진 고장으로 여객선이 침몰해 800여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또 태풍으로 150여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났고 1만5,000채가 넘는 주택이 파손됐다. 지난 5월 중국에서는 진도 7.5의 강진으로 7만5,000명 이상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달 중서부를 덮친 홍수로 4만명 이상의 이재민과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1월 경기도 이천의 한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명의 근로자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말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는 그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안전사고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독일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는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하고 산업기술과 과학이 발달할수록 생활 속의 일상적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상적 사고가 쉽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산업 현장이다. 국제노동기구(ILO)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연간 2억7,000만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고 1억6,000만명이 직업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만 한 해 2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다행히 세계 각국은 일터의 안전과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안전보건에 관한 교류ㆍ협력의 범위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그제부터 서울에서는 전세계 안전보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국제행사가 열리고 있다. 바로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다. 이번 대회는 ILO와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그리고 한국산업안전공단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대회에는 전세계 노ㆍ사ㆍ정 대표자들이 모여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산업안전보건 국가전략을 논의하는 ‘안전보건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처음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서울선언서’를 채택했다. 서울선언서는 정부ㆍ사업주ㆍ근로자 등 각 주체가 안전하고 쾌적한 지구촌 일터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을 다짐하는 전세계 안전보건 헌장이며 ILO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온 것을 전세계 대표들이 서울에서 모여 정식으로 합의한 세계 안전보건의 지침이다. 세계 각국은 앞으로 서울선언서에 담긴 내용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고 그 추진성과를 3년 뒤 다음 대회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다. 1992년 리우선언이 있은 지 5년 후 발표된 교토의정서가 지구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던 것처럼 ‘서울선언서’가 지구촌 안전보건의 새로운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이번 대회에서는 서울선언서 채택의 성과 못지않게 세계 최고의 안전보건 전문가들이 모여 안전보건의 최신 이슈와 지식ㆍ정보를 공유하는 학습의 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민 누구나 참여해 안전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는 국제 필름 및 멀티미디어 페스티벌과 국제안전보건 전시회 등 안전보건 관련 축제가 열린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 안전보건의 문제는 이제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안전보건은 어느 한 계층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가 지향하는 모토처럼 산업안전보건은 사회 각 주체의 책임이다. 이번 대회가 전세계가 안고 있는 안전보건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 하루 평균 7명의 근로자가 일터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가슴 아픈 우리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이나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룬 나라로 세계에 기억되기보다는 산업안전보건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나라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6월29일부터 7월2일까지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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