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제개편/의미.방향] 재정건전성.경제활력 '두토끼잡기'

감세폭 예상보다 줄어 '균형재정 고수' 의지 >>관련기사 세법상 열거안된 유사소득도 과세 이번 세제개편은 대규모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재정건전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상태에서 균형재정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율이 낮아지고 근로소득공제가 확대되는 등 전반적인 세부담은 낮아졌으나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기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인세는 조정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세금경감 규모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됐다. 정부는 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세(稅)부담의 공평성보다는 시장경제를 강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새 제도에 따라 내년부터는 중산ㆍ서민층의 세부담도 많이 덜어지겠지만 그보다는 고소득층이 받을 혜택이 더 크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제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만들어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북돋우겠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 주요 내용 정부의 2001년 세제개편안은 ▲ 종합소득세 10% 인하 ▲ 근로소득공제 확대 ▲ 양도소득세 23% 인하 ▲ 기업의 특별부가세 및 초과유보소득과세 폐지 ▲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세제상 차별적 규제 폐지 ▲ 세제감면제도 대폭 축소 ▲ 유흥업소에 대한 특별소비세 폐지 등이 골자다. 과세체계를 이렇게 바꿈으로써 줄어드는 세금은 총 1조9,000억원에 이르고 조세부담률은 올해와 비슷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1.3%가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한다. 이용섭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정부는 외국보다 유리한 조세환경을 유지하면서 세입기반을 확대해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내년 세제개편안은 이 같은 필요성을 기반으로 짜여졌다"고 설명했다. ◆ 경제활력과 재정건전 두 마리 토끼 잡기 세제는 통화신용정책, 재정과 함께 거시경제를 조절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세제개편안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2001년 세제개편 방향은 정부가 미국의 정보기술(IT) 산업 침체, 일본의 장기불황 등과 부실기업 처리의 지연 등 국내에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뇌관들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정부는 불활실성이 도처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섣부른 경기부양을 해봤자 부작용만 클 것으로 본다. 경기부양에 대한 감세정책의 효과가 증명된 적이 없는 점도 크게 감안됐다. 좀 더디더라도 나라살림을 불려 안정적인 성장으로 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렇다고 가라앉고 있는 게 분명한 내수경기를 모른 체 할 수 없는 일. 내년 세제는 이런 점을 감안해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는 월급쟁이와 자영업자들의 세금을 제한적으로 깎아주고 영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업들의 세부담도 적당히 덜어줬다. 과세평등의 원칙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제상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강화했다. 실제로 소득세율 인하와 근로소득공제 확대로 연간 급여 1,800만원인 근로자가 내야 하는 세금은 6만원(33.3%)이 줄지만 2억원인 고액연봉자는 578만원(10.6%)을 줄일 수 있다. 결국 경제에 활력도 불어넣고 대국민 공약사항인 2003년 균형재정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 핵심 이슈 우선 깎아준 세금의 규모가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5조원 이상의 세액감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야당의 주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가 경기 살리기 해법으로 세제의 경기조절 기능을 제대로 살렸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이 크게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재정의 균형에 지나치게 매달리다 보니 정작 경기침체기에 내놓아야 할 적극적인 감세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덫에 걸려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한편으로 감세는 현재의 미국과 같이 재정흑자가 많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정책이라며 감세보다는 재정확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명분은 타당하지만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2년 동안 면제해준 조치도 파급효과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 정서상 아직은 평등의 덕목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일하는 의욕을 불어넣는다고 고액연봉자에 많은 혜택을 준 점 역시 시비거리다. 하승수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은 "개편안이 명분상 중산ㆍ서민층 세부담 완화을 내세웠지만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어 소득재분배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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