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짠돌이 직장인 늘어난다

게임 벤처 A사에는 점심 시간만 되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직원 5~6명이 매일 휴게실에 모여 각자 싸온 도시락을 함께 먹는 것. 이 회사 직원 임모(29)씨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도시락을 싸오게 됐다”며 “매일 아침 도시락을 준비하는 어머니한테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한푼이라도 절약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앞선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함께 `유리지갑`으로 불리 우는 봉급생활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주위에서 사라졌던 `도시락 문화`도 직장인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한푼이라도 아끼고 보자`는 풍조는 자가용 안타기와 회사시설 이용 극대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구내식당은 북적, 외부식당 등은 한산=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대우빌딩의 경우 지난해 일 평균 구내식당 이용자가 3,200명 정도였으나 최근 3,500명까지 늘어났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먹을만한 메뉴에 가격이 근처 식당의 절반에도 못 미쳐 `지갑이 얇아진`직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는 삼성본관 공제회관 구내식당은 하루 이용자수가 연초 3,550명선에서 지난달에는 3,800명으로 늘었다. LG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1,200명선에서 올해는 최고 1,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LG전자ㆍ포스코ㆍ한화ㆍ하이닉스반도체ㆍ제일모직 등도 구내식당 이용자가 최근 수개월 사이 10~20% 가량 늘어났다. 반면 회사 인근 식당들은 손님이 부쩍 줄어 울상이다. 광화문 일대 식당가의 경우 값싼 식당들은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지만 일식집이나 고급 한정식집 등은 예약하지 않아도 좋은 자리를 얻을 정도다. ◇회사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라= 자가용 대신 통근버스나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출근자가 늘어나고 있다. `짠돌이`로 변모한 직장인들은 자가개발을 위한 활동에서도 회사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오는 9일 개강하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외국어 사내교육수강자로 60명을 모집했는데 180여명이 신청해 3대1의 경쟁률을 보였을 정도다. SK 빌딩 내에 마련된 사내 헬스클럽에 최근 신청 직원들이 부쩍 늘어 `런닝머신`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다. 이용료가 3개월에 6만원으로 일반 헬스클럽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들이는 줄이고 중고품 재활용은 늘이고= 주5일제가 정착되고 있지만 직장인들은 정작 휴일이나 주말 나들이에 인색하다. 또 회사 직원들끼리 값싼 물건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서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직원은 지난 5일 사내 e-메일을 통해 동료들에게 시중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소식을 알렸고, 휴대폰은 반나절 만에 동났다고 한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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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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