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15총선] 바람…바람에 표심도 요동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고 민심은 살아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번 17대 총선에도 꼭 들어맞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탄핵반대 촛불시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등장,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등 전혀 예기치 못했던 돌발변수가 선거기간 내내 잇따라 터져나왔다. 이번 총선은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였다. 공식적인 선거전 개막을 알린 지 난 2일부터 13일 동안 단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었다. 각당 지도부의 일거 수일투족에 따라 민심은 요동쳤고 그때마다 선거 판세는 크게 출렁댔다. 피 말리는 접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노 대통령 총선 '올인'= 선거법상 공식적인 선거는 2일에 시작됐다. 그러나 여야간 선거전은 2002년 대선이 끝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각당이 대선이 끝나자 마자 총선체제 정비를 서둘렀던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잘 말해준다. 노 대통령은 정중동(靜中動)의 선거전에 불을 댕긴 장본인이다. 노 대통령 은 지난해 12월19일 대선 1주년 기념제인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해“시민혁명은 끝나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총선 올인을 선언했다. 며칠 후 인 24일에는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결과”라고 말해 야권의심기를 건드렸다. 이때부터 여야간 밀고당기기가 본격화한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는 중앙선관위를 항의방문했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을 버리고 지지자를 배신해 가슴에 대못을 박더니 이제는 등 뒤에 서 비수를 꽂고 있다”며 노 대통령을 쏘아붙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심은 야권에 서 있었다. 노 대통령의 불안한 국정리더십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탄핵과 휘몰아친 바람= 그러나 사실상의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월 전당대회를 통해 ‘정동영 카드’를 내세움으로써 민심을 돌려놓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열세를 보였던 우리당의 지지도는 정동영 효과를 타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다 3월12일 나라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탄핵안 가결은 우열의 판도를 확 바 꿨다. 탄핵바람이 전국을 휩쓸면서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덩달아 우리당의 지지도는 50% 이상으로 치솟았다. 당초 100석 정도를 목표로 하던 예상의석수도 한때 최고 250석까지 불어났다. 반면 야당은 존립기반마저 위협받는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다. 승부는 그것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표심에 변화의 바람이 다 시 휘몰아쳤다. 이른바 ‘박풍(朴風)’이 거세지면서 영남권은 물론 강원을 타고 수도권에 까지 불어닥쳤다. 여기다 예기치 못했던 악재가 잇따라 당내에서 터져나왔다. 정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은 치명적이었다. 이른바 ‘노풍(老風)’으로 대변되는 거센역풍이었다. 발언의 후폭풍은 60대 이상 노년층뿐만 아니라 보수성향의 사 오정들의 표심까지도 뒤흔들었다. 한때 50석마저 위협받던 한나라당은 개헌저지선(100석)은 물론 1당까지 다시 넘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 다. 급기야 한나라당의 영남권ㆍ강원권 싹쓸이론이 급부상하고 당황한 우리당영남권 후보들은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정 의장은 영남권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탄핵열풍을 되살리기 위해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고 단식에 돌입했다. 자칫 제1당을 한나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올인 카드였 다. 이렇게 각 당의 지지도에 영향을 미친 변수는 지난 한달새 10여개에 이른다. 그 결과는 투표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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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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