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신고 500% 이상 급증…피해자 속출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휴대전화 우수사용 고객을 선정해서 할인카드 회원을 모집중인데요, 고객님께서 당첨되셨습니다. 저희 카드를 발급받으시면.."
회사원 이모(26.여)씨는 최근 M레저사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안내원은 상냥한 목소리로 할인카드를 발급받으면 자동차보험료 15% 할인, 콘도70% 할인 등 20여가지가 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의심쩍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안내원이 "회원가입 여부는 카드와 안내책자를 받아보신 후 결정하셔도 됩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일단 '회원가입 예정자'로만 등록하기로 했다.
하지만 할인카드 회사는 이씨가 무심코 불러준 신용카드 번호를 이용, 마음대로 이씨의 카드로 36만원의 가입비를 결제한 뒤 이씨의 항의에도 '계약후 14일 이내에만 해약이 가능하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회비를 돌려주지 않았다.
최근 이처럼 할인카드 회원 모집을 가장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30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신고 접수된 소비자 신고사례중 할인카드 관련 피해는 1만4천96건으로 압도적인 1위였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2천239건에 비해 무려 529.6%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들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할인카드에 대해 설명한뒤 '신용조회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신용카드 번호를 알아내고 할인카드사와 신용카드사 간의 특약에 의해 텔레마케팅 등의 거래시 비밀번호 없이도 결제할 수있는 점을 악용, 수백명에서 수천명까지 회원을 가입시킨다.
하지만 회원들이 정작 서비스를 받으려고 알아보면 가격을 턱없이 부풀린 업소들이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실속없는 할인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계약 해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회사원 송정훈(28)씨는 "일주일에 적어도 2번은 할인카드 안내전화를 받는다"며"바쁘기도 하고 믿을 수도 없어 전화를 끊어버리지만 안내원이 하도 '말발'이 좋아 순진한 사람들은 속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는 전국 대학을 돌며 사회경험이 없는 대학생들만 골라 할인카드 회원에 가입시키고 1억7천여만원을 챙긴 피의자가 검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들중에는 서울대, 연대, 고대 등 명문대생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으며피의자는 챙긴 돈으로 고급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호사스런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대금 결제가 쉬워져 할인카드 범죄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1천700여명에게서 5억7천여만원을 챙긴 할인카드 사기범이 검찰에 붙잡혔으며 지난 5월 검거된 12개 할인카드 업체 피해자는 무려 7만1천여명에 피해액은 390억이 넘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주택공산품팀 이명갑 차장은 "최근 할인카드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자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이와 같은 피해를 입은 경우 계약철회서를 내용증명과 함께 할인카드사와 신용카드사에 제출하면 일정액의 위약금을 물고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