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서경 포커스] 전기 써도 너무 쓴다

유가 오르며 "상대적 저렴"… 1인당 전력소비 크게 늘어<br>'국민소득 2배' 日도 추월… "가격현실화" 목소리 높아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전기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1인당 전기소비량에서 우리나라는 영국ㆍ독일ㆍ프랑스를 이미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두 배 이상 많은 일본을 추월했다. 지난 2006년 말 기준으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8,700달러, 우리나라는 1만7,700달러다. 그러나 2007년 말 현재 1인당 전력소비량은 우리가 7,607kWh로 일본의 7,372kWh를 넘어섰다. 유가급등에 따라 석유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전기소비자로 급속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가 1인당 전력소비에서 미국ㆍ캐나다 등을 제외한 G7 선진국가들을 모두 추월했다”며 “이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유가 여파로 등유나 경유ㆍLPG 사용을 줄이는 대신 값이 싼 전기로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기사용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전기 값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집계한 2003~2008년 최근 5년간 각종 에너지 가격 및 소비증감률을 보면 경유 값은 이 기간 중 94%나 올랐다. 등유 값도 59% 인상됐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경유 소비는 21% 줄었고 등유 소비는 60%나 감소했다. 반면 전력 가격은 불과 5% 오르는 데 그쳐 그 결과 소비는 26% 증가했다. 정 위원은 “심야난방용ㆍ농사용ㆍ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석유류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요금이 싸 가정은 물론 공장ㆍ화훼시설ㆍ축사까지 전기로 난방하는 전력 과소비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값비싼 천연가스(LNG)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등유 등으로 난방을 하면 열효율이 약 80%로 나타난다. 그러나 전기난방의 경우 석유나 가스를 전기에너지로 만들고 다시 이를 열에너지로 바꾸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열손실이 발생, 효율이 40%대에 그치고 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전기난방은 국가적인 에너지 낭비”라며 “전력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체계 역시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평균 판매단가를 보면 kWh당 주택용이 114원으로 산업용의 약 2배, 심야전력의 약 3배다. 즉 주택용(114원), 상업용(97원) 사용자들이 산업용(64원), 농사용(42원), 심야전력(38원) 전기 사용자들을 보조하는 형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이 같은 요금구조에서는 원가 이하 요금이 적용되는 소비자들의 과다한 소비가 유발된다”며 “특히 산업용에 대한 보조는 저에너지 산업구조로의 이행을 저해하는 결과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전문가는 물론 시민운동단체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으로 전기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전기요금을 조정하지 않으면 방만한 전기수요 증가와 석유의 전기이전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전기는 남아도는 에너지가 아니라 많은 값을 치르고 만들어내는 가장 값비싼 고급 에너지임을 소비자가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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