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車 노사 대치, 누가 이익 보나


국내 자동차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75만1,3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5만7,347대) 대비 0.8% 감소했다. 국내 전체 자동차 시장이 줄어들었는데도 수입차의 판매 대수는 매달 최대 판매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만큼 국산차의 입지가 좁아진 셈이다.

국내 차 업체 입장에서 볼 때 하반기 시장 환경은 상반기보다 나쁘면 나빴지 좋지는 않다. 수입 차에서 하반기에 내놓을 신차는 무려 30여종에 달하는 반면 국산차가 선보일 신차는 제네시스ㆍ쏘울ㆍQM3 등 수개의 차종에 불과하다. 더욱이 독일 차 업체들은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혜택을 기반으로, 일본 차 업체들은 엔저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쯤 되면 국내 차 업체들의 경영상의 고민은 소비자들이 수입차보다 국산차를 선택하도록 하는 마케팅 등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국산차 업체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위축된 시장 수요도, 수입차와의 경쟁도 아닌 여름철 노동계의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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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미 상반기에 노조의 특근 거부로 싼타페ㆍ맥스크루즈 등을 제때 시장에 공급하지 못했다. 이들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은 적게는 한두 달에서 많게는 네댓 달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었다. 본격화하고 있는 하투에서 지금처럼 노사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못해 파업 등으로 연결되면 이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노사의 극한 대립은 또 다른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GM이 최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 물량을 스페인으로 이전키로 결정한 것도 노사 갈등과 전혀 무관치는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차 생산 축소는 일자리 감소 등의 결과를 낳아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세계 각국이 자동차 생산시설을 유치해 자국에서 한 대라도 차를 더 만들려는 이때 한국은 오히려 확보하던 물량마저도 해외로 내주고 있다는 사실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노사의 극한적인 대치는 근로자에게도, 사용자에게도, 국가경제에도 아무 이익이 없는 다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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