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2금융권은 2금융 사람들에게


"예전에 은행 밑에 있는 저축은행은 양로원이었지.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것 같아요."

저축은행 업계에 20년가량 몸담고 있는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한숨을 내쉬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부실 저축은행이 은행계 금융지주사로 넘어갔다. 그러면서 은행 출신 임원들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았다. 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저축은행을 옛날 잣대로 보는 것 같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바탕이 달라 영업이 어렵다"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그럴까. 저축은행 거래고객은 개인으로 보면 신용등급 6~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다. 기업도 은행에서는 돈을 쉽게 빌릴 수 없는 한계기업이나 유흥ㆍ향락업종이다. 수십년간 은행에서 좋은 고객만 상대하던 은행원 입장에서는 도저히 거래할 수 없는 상대다. 은행에서 저축은행에 건너온 한 임원도 "도대체 한 곳도 여신할 데가 없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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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과 2금융권은 다르다. 은행 인사가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 대표로 갈 때 신중해야 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실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인수 후 쪼그라들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에 대출할 데가 마땅치 않다"는 말도 있지만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근본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은행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할 필요는 없다. 은행에서 잔뼈가 굵었어도 특유의 상황 판단과 금융 경험으로 2금융권에서 밥값을 톡톡히 해내는 임원들도 적지 않다. 특히 자회사 일부 자리는 연계영업을 통한 시너지를 위해 은행 출신이 필요하다.

문제는 자리 하나 마련해주는 식으로 인사를 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은 관계형 영업을 해야 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을 상대해야 해 나름대로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같이 전문성이 높은 분야에도 은행 임원들이 가는데 저축은행은 오죽하랴"라고 했다. 두루두루 볼 수 있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1금융권과 2금융권은 근본이 다르다. 금융을 금융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처럼 2금융권은 2금융권 사람들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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