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의 유망 반도체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해 핵심기술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에서 반도체 제조공장과 자체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중국 반도체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수준에 올라서겠다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으며 삼성은 이 과정에서 유망기술을 가진 중국 기업을 미리 발굴해 투자하겠다는 것이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20일 '베이징반도체인터내셔널펀드(베이징펀드)'에 출자해 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베이징펀드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사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여러 정책펀드 중 하나로 삼성전자는 세계적 자산신탁 회사인 '엘리언'을 내세워 우회 출자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중국은 외국 기업 투자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역외펀드를 투자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
삼성은 중국에서 미래의 퀄컴이 될 잠재력을 지닌 '팹리스'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팹리스는 제조공장 없이 반도체 회로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회사를 뜻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공장을 세워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당분간 삼성을 쫓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설계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일부 업체가 단숨에 기술격차를 좁힐 가능성도 있어 미리 기술확보에 나서는 것"이라며 "중국 내 사업협력 확대와 네트워크 강화도 노리는 1석2조의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베이징펀드의 정확한 출자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적어도 수백억원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인근에 반도체 기업들이 입주할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역(BDA)'을 조성하면서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주도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1,200억위안(약 21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베이징펀드 또한 BDA에 입주할 벤처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