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제33차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참석자들은 개막연설에서부터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계획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와 경제에 미칠 충격파에 대해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선진국에 맞서는 대표적 제 3세계 옹호자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새시대를 위한 신뢰와 통치` 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미국의 대 이라크 군사공격은 처음부터 목표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개막식 참석자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는 미국은 `악의 축` 운운하며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 지도자들도 일제히 이라크 전쟁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회복 불능의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라크전 세계 경제 위협 우려=미국의 민간경기예측기관 컨퍼런스보드의 게일 포슬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의 회복가능성에 대한 일부 징후들이 있지만 우리는 지금 세계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중동 전쟁 가능성이라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포슬러는 “이라크전은 미국경제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대규모 오일쇼크가 있을 경우 그 영향은 2003년 뿐 아니라 2004년도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세계 경제는 제2차 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미국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미국경제의 회복 부진으로 세계 경제가 긴축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럼 참석자들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과 독일,이탈리아 3국에는 실질적인 성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 반면 오늘날 세계경제의 강력한 추진력은 중국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 지도자, 미국 일방주의 외교 질타=개막 연설에서부터 브라질 등 제 3세계 국가 지도자들이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 노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파스칼 쿠슈팽 스위스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은 가능한 모든 설득방안을 사용한 후에나 고려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대 이라크 전쟁에 강력한 경고의 뜻을 표시했다.
한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 참석에 앞서 같은 날 개막된 세계사회포럼(WSF)에 참석해 “세계화 개방화를 추구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 미국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세계 글로벌화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