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남구 용당동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 8일 오후1시. 부두에서는 3척의 컨테이너선에서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산하 신선대 지부에는 작업교대를 위해 대기 중인 항운노조 근로자 40여명이 옹기종기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다. 2시에 교대근무조에 투입되는 김준호씨는 “올 들어 입출항 컨테이너선의 수가 경기불황 탓인지 20%가량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19년째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최근 들어서는 간혹 물건을 싣지 않은 빈 컨테이너선도 보인다”며 “부두 간의 덤핑경쟁으로 하역료율이 떨어져 수익이 좋지 않은데다 배까지 줄어 앞날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은 88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며 지난해 말보다 11.2%, 지난해 1월보다 17.9% 감소한 것이다. 특히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화물의 물동량은 지난해 1월보다 26.9%나 떨어졌으며 수입화물도 22.0%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11월 1.5%, 12월 0.5%의 증가세를 보여온 환적화물 물동량도 올 1월 42만2,000TEU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4% 줄었다. 박우철 부산항만공사 마케팅 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미국ㆍ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국내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올해 부산항 전체 물동량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관문인 인천항 야적장 컨테이너 적재비율도 ‘반토막’ 상황이다. 지난 6일 오전에 찾은 인천시 중구 항동 남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SICT) 야적장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20피트짜리 컨테이너가 5단 높이로 쌓여 발 디딜 틈조차 없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야적장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수를 대충 셀 수 있을 정도로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 야적장에 컨테이너를 쌓아놓을 수 있는 장치율(화물적재비율)이 지난해 1월보다 30% 이상 떨어지고 운송차량들도 가끔 출입문을 드나들 뿐 적막감마저 감돈다. 수출입 물동량이 크게 줄자 인천항 인근 컨테이너 운송회사 주차장과 인근 도로변은 쉬는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인천항의 4개 컨테이너터미널 가운데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은 신규라인 개설 등으로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선광ㆍ대한통운ㆍ한진 컨테이너터미널은 올해 처리실적이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호용 선광컨테이너터미널 운영팀장은 “예년에는 야적장 장치율이 68% 수준으로 빈 공간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그 절반도 안 되는 32%로 떨어졌다”며 “처리물량도 지난해 12월 2만8,279TEU에서 올 1월 2만3,305TEU로 8%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천항의 전체 물동량은 964만톤으로 지난해 1월보다 26%(1,303만톤) 감소했다. 특히 컨테이너 물동량은 같은 기간 14만7,909TEU에서 8만6,975TEU로 42%나 줄었다. 인천세관이 잠정 집계한 인천항의 1월 중 수출액도 7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 10억5,000만달러보다 30% 감소했다. 인천항만공사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인천항의 주력인 한ㆍ중, 한ㆍ동남아 항로에서 운항중단 선박과 물동량이 크게 줄고 있다”며 “세계 경기가 아직 저점을 통과하지 않아 당분간 물동량이 더 줄어들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