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씨 비자금/계열사 동원 한해 3백억 조성

◎한번 2∼3억씩 매주 2∼3차례 건네/가차명계좌 분산예치… 반드시 현금인출/검찰,「경리담당 정여인」 소재파악 박차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은 비자금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한보의 비자금 조성 및 관리수법에 대한 규명은 검찰이 향후 수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대목이다. 이를 밝혀야만 정치권 및 금융권에 대한 로비 혐의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한보그룹 전 재정본부장 김종국씨와 자금담당 관계자, 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총회장의 비자금 조성방법에 대한 윤곽을 상당 부분 파악했다. 정씨는 계열사들이 자금사정으로 허덕이던 지난해 6월까지 (주)한보·상아제약·한보철강 등 계열사들을 동원, 한번에 2억∼3억원씩 매주 2∼3차례에 걸쳐 한해에 3백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금 조성 방법은 다양하다. 인건비 등 비용을 실제보다 많이 계상하거나 공사비를 지급한 것처럼 장부에 허위 기재하고 이 돈을 비자금으로 빼돌리는 수법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또 하도급업체로부터 챙긴 리베이트를 챙기고 위장 계열사와 자회사간의 자금 대여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 게다가 세양선박과 한보철강 대리점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자신 소유의 개인회사를 통해 수익금을 챙기는 등 갖가지 수법을 써 먹었다. 정씨는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J은행과 S은행 대치동지점 등 3∼4개 은행에 개설된 한보계열사 명의의 계좌와 임·직원 명의의 가·차명계좌에 예치했다. 특히 정씨는 자금난으로 비자금 조성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6월 이후 이를 잠시 중단했다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2주동안 하루 평균 10억여원씩 1백억원의 돈을 인출해 자신에게 가져오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비자금을 찾기 전날 은행에 전화를 걸어 『직원들에게 줄 보너스와 인건비가 필요하다』며 자금 준비를 요구,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을 시켜 현금으로 빼낸 뒤 현금 1억원들이 쇼핑백이나 3억5천만원들이 돈자루에 담아 사무실로 옮겼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관리를 담당한 인물은 정총회장의 먼 친척으로 여고를 졸업한 뒤 (주)한보 회계팀에 입사했다가 최근 퇴사한 정모씨다. 검찰은 그가 지난 91년 수서택지특혜분양사건 당시 비자금 장부를 갖고 잠적한 천모양과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잠적한 정씨의 소재 파악에 나서는 한편 비자금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본격적인 추적에 나설 방침이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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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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