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먹으로 그린 듯한 산·바다 雪景… 그 눈부신 포착

사진작가 권부문 '산수와 낙산' 展<br>"작가는 이미지 제시할 뿐 어떻게 볼 지는 관객의 몫"<br>산수화같은 사진 34점 전시

사진작가 권부문의 '산수와 낙산' 전이 열리는 학고재갤러리전시 전경

권부문

꿈에서 본 풍경일까. 수직으로 치솟은 산줄기는 곽희(郭熙ㆍ중국 북송시대 산수 화가)의 '조춘도(早春圖)'로도 보이고 눈송이가 별처럼 눈부신 바다 설경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같기도 하다.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촬영한 자연 풍경이라는데 사진은 먹으로 그려 놓은 상상의 세계를 펼쳐 놓고 있다. 사진작가 권부문(56)의 신작 '산수와 낙산'시리즈들이다. 설악산에서 촬영한 폭 5m의 대작은 산의 원형을 한 눈에 제시하되, 시간을 두고 가까이 다가가 파고들면 눈(雪) 아래 말라붙은 나뭇잎까지 치밀하게 다 담았다.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을 시각적으로 풀어놓은 듯하다. 낙산 해변에서 촬영한 바다사진은 얼핏 보면'사진에 여백을 유난히 많이 두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래 쪽의 빈 공간은 아무도 밟지 않은 백사장을 새하얀 눈이 채운 것이다. 그 너머로 넘실대는 파도와 그 위로 내리는 눈이 정중동(靜中動)의 조화를 한 화폭에서 모두 드러낸다. 대구가 고향이고 중앙대 사진과 졸업 후 일본ㆍ미국ㆍ프랑스 등지에서 활동해 온 작가는 최근 속초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발길은 자연스럽게 설악산, 오대산과 낙산으로 향했다. 얼마나 찾아 돌아다녔기에 이런 절경을 찾아냈을까. "아닙니다. 이미지의 발견은 갈망과 열망에서 비롯합니다. 평소에는 안보이던 동네 치과가 치통 때문에 눈에 띄는 것처럼, 꿈이 발견을 부른 것이죠. 우리네 삶 또한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산과 바다를 찍었지만 그는 소재주의를 좇지도, 자연주의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산수를 비롯한 자신의 풍경사진을 통해 자기성찰과 인문학적 태도를 얘기한다. 조선의 산수화가 낭만적인 이상향부터 현자(賢者)의 은둔처, 감성적 풍경, 정신세계의 구현을 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떻게 무엇을 볼 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대상 앞에서 자신의 입장이나 자연관을 투영해서 보는 것이니 해석하는 것은 자기 삶의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작가인 나는 이미지를 제시할 뿐 '이렇게 보시오'라고 강요하는 것은 진부할 뿐입니다."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한옥으로 지어진 본관에 산 사진 12점, 현대적 건물인 신관에 바다 풍경 22점이 걸렸다. 전시장까지도 작품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감동이 배가한다. 2월27일까지.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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