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작된 '인기시장'

민요풍의 유행가<오동동 타령>은 50년대 히트곡 중 하나다. 故 한복남씨가 작곡하고 황정자씨가 부른 이 노래는 한씨가 직접 운영하던 도미도 레코드사가 제작했다.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이 노래를 작곡한 곳은 바로 우리 집이었다. 한씨의 아드님이 우리집에 하숙을 했던 게 인연이다. 한씨는 북에서 피난을 와 당초에 부산에 자리를 잡았었다. 당시의 음반 시장은 서울이 중심이라 연중 반은 서울에서 활동을 했다. 우리집 대청은 이 양반의 작업실이었다. 작업이라야 기타를 치면서 곡을 적는 것이 전부였다. 레코드 제작 사업도 원시적인 시대였다. 당시의 선전 기법은 별다른 게 없었다. 판이 출시되면 점포 앞에 큰 글씨로 가사를 적어 내 걸고 하루 종일 전축을 틀어대는 방법이다. 그러면 확성기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흥얼흥얼 따라 부르다가 어느날 레코드사에 주문이 쇄도하게 된다. 바로 히트곡이 탄생하는 과정이다.<오동동 타령>도 같은 과정을 거쳐 공전의 대 히트를 했다.<엽전 열 닷 냥>은 위치 선정의 덕을 보고 안타를 친 곡이다. 바로<오동동>의 뒤에 걸렸었다. 윈-윈의 산물이다. 어떻든 모든 음반은 거리의 품평을 시작으로 하여 대중의 입으로 전파되는 것이 히트작을 내는 틀이었다. 곡에 따라 가수의 인기도도 판정이 나곤 했다. 원시적이긴 했지만 시장원리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음반업계의 수상한 거래와 '조작된 인기'가 들통이 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획회사들이 방송국의 PD와 언론사의 간부 기자들을 매수하여 인기를 조작해 왔다고 한다. 금품을 대가로 방송시간을 독과점하고 선전 광고를 기사로 위장시켜 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상거래로 치면 불공정 거래다. 가수를 출세시키고 특정 곡을 히트시키는 과정에서 항시 있어온 관행이라 대수롭지 않다고 보는 쪽도 있다. 혹은 검찰이 손을 대도 또 얼마안가서는 이런 작태가 재현될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틀이 일상화되어 있는 그 쪽 동네에서 나온 소리일 것이다. 검찰이 손을 대면서 사건은 확대 일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윤리적인 측면과 사법적인 측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재능 있는 엔터테이너들의 기회를 봉쇄하여 대중문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있다. 이런 틀의 시장에서는 엔터테이너들은 독과점 업자들의 꼭두각시에 불과하게 된다. 작위적인 선택과 대중조작은 대중문화가 왜곡되어 왔다는 걸 뜻한다. 이렇게 보면 히트곡들은 진정한 히트곡들인가 의심이 간다. 시장은 있되 시장원리가 부서져 나가면 재앙이 뒤따르는 법이다. 손광식(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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