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스라드」, 「카사」, 「에스타시온 드 폴리시아」…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휴대폰이라는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알아듣는 외국어들이다. 「밋스라드」는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히브리어로 「사무실」이라는 뜻이다. 포르투갈어 「카사」는 「집」이고, 스페인어 「에스타시온 드 폴리시아」는 「경찰서」다.
이스라엘에서 휴대폰 이용자가 애니콜을 꺼내 플립(뚜껑)을 열면 「누구에게 전화를 걸겠습니까」라고 애니콜이 히브리어로 묻는다. 실제 음성이다. 마치 비서처럼. 이용자가 「밋스라드」라고 말하면 애니콜은 자동으로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준다. 역시 비서처럼. 이 기술의 정체는 음성인식.
국내 휴대폰 이용자들에게는 이 얘기가 어딘가 귀에 익다.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나오는 TV광고처럼 「본부」하고 말하면 본부에 전화를 걸어주는 휴대폰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음성인식기능을 가진 애니콜이 외국에서 극찬받고 있다. 말을 알아듣는 휴대폰이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휴대폰은 전화를 걸고 받기만 하면 충분한 「들고다니는 전화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애니콜이 외국 통신시장에 문화적 충격을 주고 있다. 휴대폰의 개념을 「머리좋은 전화기(SMART PHONE)」로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유럽방식의 GSM이동전화가 시장을 독식한 GSM의 안마당. 이스라엘의 이동전화회사 텔레_폰은 GSM과 함께 한국형 CDMA방식도 채택하고, 서비스를 위한 단말기 공급업체를 경쟁입찰로 선정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세계 유수의 휴대폰메이커들을 제치고 당당히 공급업체로 뽑힌 배경에 바로 히브리어를 할 줄 아는 애니콜의 첨단기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CDMA서비스를 도입한 브라질의 이동전화회사들이 삼성전자 제품만을 최초 서비스기종으로 선택한 배경에도 포르투갈어에 능통(?)한 애니콜의 똑똑함이 한몫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시사 경제지 「포천」은 지난 10월호에서 「애니콜이 미국시장에서 히트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포천은 특히 애니콜이 가진 음성다이얼링이 자동차 이용을 생활화하는 미국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안방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뜨고 있는 성공비결은 한마디로 「제품현지화의 성공」이다. 문화와 이용습관, 상품에 대한 마인드들이 제각기 판이한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려면 현지 적합성이 관건이다. 삼성은 바로 각국의 「언어」와 「사용 편의성」을 결합한 상품기획의 해답으로 「음성인식」을 찾아낸 것이다.
또 하나의 비결은 「기술」. 삼성전자는 삼성종합기술원과 함께 5년간 음성인식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한 끝에 인식성공률을 95%까지 끌어올렸다. 남녀노소의 목소리가 천차만별이고, 소음이 시끄러운 자동차 안에서도 이같은 성공률을 기록할 수 있는 메이커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삼성은 큰소리친다.
지난해 수출 2억5,000만달러의 애니콜이 올해 7억달러, 내년 10억달러 이상의 수출을 바라볼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이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