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들의 분노(사설)

미 무역대표부(USTR)의 되풀이 되고 있는 「억지」에 대해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들이 드디어 일어섰다. USTR가 최근 국내 민간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과소비 자제운동을 미국상품에 대한 수입규제로 간주, 한국을 무역제재 가능국으로 지목함에 따라 이 운동을 펼쳐 온 시민·소비자·종교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 한미간의 새로운 통상 마찰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본지 2일자 31면보도>특히 30개 시민·소비자·종교단체들로 구성된 「과소비 추방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1일 「경제 살리기」캠페인에 앞서 미국의 무역제재 움직임과 관련, 『만약 USTR가 국내 과소비 억제 운동을 빌미 삼아 무역제재에 나선다면 전면적인 미국상품 불매운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선언, 그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여기서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도가 넘친 「어거지식 강대국 논리」이다. 정부와는 무관한 순수한 시민운동을 『정부개입 운운』하며 통상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은 굳이 우리의 속담을 빌지 않더라도 「꿈틀」하게 되어 있다. 또 한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은 미국이 더 잘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총외채규모가 1천45억달러에 달했으며 올 연말까지는 1천5백억달러에 이르리라는 것, 올 들어 1·4분기(1∼3월)의 무역적자는 무려 74억3천만달러로 연간 억제목표치(1백40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사실도 모를리가 없다. 어디 그뿐이랴. 지난 94년부터 진행돼 온 한국의 대미 무역적자는 그해 10억2천만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95년 62억7천만달러, 지난해에는 무려 1백16억3천만달러로 작년 전체무역적자 2백7억달러의 절반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때 USTR의 대한자세는 힘을 앞세운 밀어붙이기라고 밖에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은 한보에 이어 삼미부도 사태 등으로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고 있으며 정치도 실종된, 자칫 「제2의 멕시코사태」가 우려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언제 폭발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북한을 껴안고 있어 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구운동을 벌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 시민들이 국익을 위한다면 한국의 소비자들도 국익을 위해 시민운동을 할 권리가 있다. 덧붙여 우리 시민단체들의 캠페인도 시작만 요란하고 용두사미식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현안이 있을 때만 나팔을 불어대는 캠페인보다는 내실있는 운동, 눈에 띄지않는 조용한 운동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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