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9일] 택배산업이 가야할 길

택배산업에는 명암이 엇갈리는 2가지 현상이 있다. 하나는 택배산업을 살찌우는 전자상거래의 매출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가 제 궤도에 올라 백화점 매출을 넘어 곧 할인점과 나란히 설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택배업체들이 스스로 택배를 어려운 사업으로 판단할 만큼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택배산업은 주지하다시피 서비스 요금의 하락으로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요금 하락은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어떤 산업이나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늦춰보려고 머리를 싸맨다.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노하우를 지니거나 탄탄한 자본력을 갖춰야 그 사업은 어려움을 면할 수 있다. 그 어느 것도 안 돼 있는 것이 현재 택배산업의 모습이다. 택배업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택배를 운송업이 아닌 서비스 운송업으로 본다면 서비스의 질을 노하우로 여길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만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최고의 친절은 어떤 것인지 찾아내 현장에 적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용고객을 만족시켜 다른 기업이 따를 수 없는 경쟁력으로 앞서 나가고 있을 것이다. 택배를 자본집약적 사업이라 부르는 건 사업 초기 큰 투자의 필요성 때문이다.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누구나 시장에 뛰어들려 하기 때문에 시장은 쉽게 레드오션화 된다. 그것이 지금의 모습은 아닐까. 비교적 큰 투자로 택배사업에 임했던 기업들도 투자 대비 수익의 구조가 명확해질지를 점쳐보기 위해 시장발전 속도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직영조직을 대리점으로 바꾸는 우를 범한 것 같다. 물론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하도급의 제도가 더 유리하다는 점도 계산에 있기는 했다. 한국 택배산업이 어렵게 된 데는 확실한 리딩 컴퍼니가 없는 것도 그 요인 중 하나다.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이 약 60%, 그 중 최상위 업체도 15%를 넘지 못하고 있으니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제부터 택배산업이 살아남을 길은 무엇일까. 바로 택배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택배업체들은 택배산업의 발전을 위해 했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발 빠르게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수록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택배산업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답답해진다. 기본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택배산업 관련 통계가 있는가. 리딩 컴퍼니가 없는 산업에 구심점이 될 만한 협회라도 있는가. 현장 서비스맨의 교육은 국제 수준에 견줘 손색이 없을 만큼 혹독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이런 일들을 잘 하고 있는데도 산업이 어렵다고 한다면 시장이 왜곡돼 어려울 수밖에 없는 사업으로 분류하겠지만 현재 택배산업은 근본적으로 필요한 일은 하지 않으면서 어렵다고만 하니 답답한 것이다. 문화란 지니고 있는 바탕이요 분위기다. 기업 내부의 문화도 개선돼야 하지만 기업 간 문화개선이 더 절실하다. 기업 간 경쟁이 살아남기 위한 것인지 공멸하기 위한 것인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