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당 논의가 한 주 더 시간을 갖게 됐다. 욕설과 폭언 삿대질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시작된 28일 당무회의가 12시간여 마라톤 회의 끝에 내달 4일까지 다시 타협을 시도한다는 절충안으로 갈등을 미봉했다. 그러나 신주류 강경파가 조기 탈당을 검토하고 나서 분당 위기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중진까지 나선 육두문자 공방전 이날 당무회의는 신ㆍ구주류 의원간에 `개XX`, `호로XX` 등 입에 담지 못할 육두문자와 욕설, 폭언, 삿대질이 오가고, 양측 당직자들 사이에 몸싸움과 멱살잡이가 벌어지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양측의 대립은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시작됐다. 오전 9시5분께 회의장에 들어선 정대철 대표가 어수선한 장내 정리를 위해 “당무위원이 아닌 사람들은 나가달라”며 비공개 회의를 추진한 게 발단. 즉각 구주류측인 정균환 총무, 김옥두 의원 등이 공개 회의를 주장했다. 정 총무는 특히 회의장에 있던 신주류측 지지자들을 겨냥, “나쁜 X들, 어디서 깡패XX들을 동원해 당무회의장을 점령했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이에 신주류인 장영달 의원이 “지금까지 회의를 못하게 한 사람이 당신들 아니냐”며 구주류측을 비난하자, 박상천 정균환 최명헌 의원 등이 일제히 “어디에다 삿대질이냐”며 고함을 쳤다. 이협 최고위원은 “민주당 망하는 꼴을 이렇게 보여줘야 하느냐. 차라리 당을 해체해 버려라”고 소리질렀다.
`영남의 DJ맨`이었던 신주류측 김태랑 최고위원은 구주류측 유용태 의원을 겨냥, “대선 때 다른 당에 빌붙어 먹은 사람이 무슨 정통성을 주장하느냐. 한나라당에나 가서 해라”고 쏘아붙였다. 이를 지켜보던 정 총무는 “김태랑, 이X야, 너 생명력 끝났어”라며 유 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분을 참지 못한 듯 책상을 치며 “정균환 이 XX야, 정신차려, 정치를 정정당당하게 하라”고 맞받았다. 정 총무도 질세라 “너처럼 당과 당원을 팔아먹는 X이 무슨 얘기를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일부 사무처 당직자들은 정 대표 앞에 무릎을 꿇고 “표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신당 격론 및 미봉 오전10시30분께 가까스로 시작된 토론에서 신주류 강경파인 신기남 의원은 “더 이상 논쟁하면 불미스런 상황만 연출된다”며 표결처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의장인 김태식 의원은 “신ㆍ구주류가 합의하지 않으면 전대를 열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신주류 이호웅 의원이 “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식물상태에 있다”며 신 의원을 거들자, 구주류측은 “당무위원이 아니면 뒷좌석에 앉으라”(최재승 의원), “밖에 있는 국민은 신당이 아니라 `쉰당`이라고 한다”(이훈평 의원)고 맞받았다. 이후 정 대표는 여러 차례 토론 을 끝내고 표결에 들어가려 했으나 구주류측은 계속 발언권을 얻어 필리버스터(의사지연전략)를 구사하며 저지했다.
결국 저녁 9시가 다 돼 정 총무가 “30일 당무회의를 다시 열자”고 제안하면서 회의는 정리 단계에 들어섰다. 장영달 의원 등은 “그 동안 6개월을 참아왔는데 그럴 수 없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중도파인 김근태 의원이 내달 1일 당무회의안을 내놓았고, 정 대표가 이를 받아 내달 4일 당무회의를 결론으로 제시하며 회의를 끝냈다.
신주류 강ㆍ온파 심야회동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이종걸 의원과 김한길전 의원 등 신주류 강경파는 당무회의가 끝난 뒤 별도 회동, 탈당 문제를 심각히 논의하는 등 동요하기 시작했다. 신 의원은 모임이 끝난 뒤 “두고 보라”며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천 의원도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내달 4일 당무회의까지 탈당을 유보할 것인지에 대해 즉답을 회피한 채 “두고 보자”고만 말해 조기 탈당 여부가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이강철 대구시지부장 내정자도 이날 기자들에게 “내일이라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라도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임에 잠시 들었던 이해찬 의원은 “내주 당무회의 때까지는 기다리기로 했다”며 `선도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 대표와 김원기 김근태 고문, 이해찬 의원 등 신주류 온건파도 당무회의를 끝낸 뒤 유인태 정무수석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심야 술자리를 갖고 강경파 진무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철기자,범기영기자 parkj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