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GTX 최소 6년후 첫삽… 일부 프로젝트는 차차기 정부에나 가능

■사업별 추진 전망<br>124조 중 84조는 신규사업 재원조달계획조차 마련 못해<br>계속사업도 임기말 자금 투입… 대선 앞두고 차기로 밀리 수도


"완전히 폭탄을 떠안은 기분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여권의 한 고위인사가 서울경제신문과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던진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 등의 공약사업을 과도하게 벌이면서 늘어난 나라살림의 뒤치다꺼리를 현 정부가 져야 하는 부담감을 토로한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처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지방 공약을 모두 지키기 위해 정부가 이행계획을 내놓았지만 사업비 규모가 큰 주요 사업은 줄줄이 현 정부 임기 후반 이후 착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5일 발표한 지방 공약 총 사업비는 124조원. 이 중 약 6조원은 정부가 재원조달계획을 마련한 국정과제사업에 이미 포함된 사안이다. 반면 나머지 118조원은 정부가 국정과제와 별도로 추가로 돈을 조달해야 한다. 이처럼 자금 확보가 불투명한 프로젝트들의 착공이 현 정부 임기 후반부 이후로 미뤄지면 박 대통령은 임기 말에 공약을 지켰다는 생색만 내고 비용 부담은 철저히 후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떤 사업은 차차기 정부가 떠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정부가 나열한 공약사업들을 보면 앞날이 오리무중인 사업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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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가 11조원대에 달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책 당국자들은 이 사업의 첫 삽을 뜰 때까지 길게는 6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조사에만 1년가량 걸리는데 GTX의 경우 지난 2011년에 시작된 조사 결과가 아직도 안 났다"며 "예타를 통과해도 착공까지 대형사업은 5년 이상이 걸리므로 올해 결론이 나지 않으면 현 정부 내 착공은 물 건너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남해안 철도고속화사업, 수서발 KTX 노선 연장(의정부), 송정~목포 호남고속철도사업, 광주~완도 고속도로, 전남~경남 한려대교, 여주~원주 및 원주~강릉 복선전철, 보령~울진 동서5축 고속도로 건설 추진, K2공항 이전 추진 등도 임기 내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중에는 아예 사업성이 없어 정부가 사업 축소나 추진 속도조절을 계획 중인 프로젝트들이 적지 않다. 한려대교, 광주~완도 고속도로, 여주~원주 복선전철, 동서5축 고속도로 등이다. 정부 당국자는 "여주~원주 복선전철의 경우 복선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안 맞아 단선으로 사업을 변경하고 광주~완도 고속도로는 전체 사업구간 중 그나마 다소 타당성이 있는 광주~해남 구간만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는 미루는 방안이 있다"고 전했다.

송정~목포 호남KTX사업의 경우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3년여 정도 내에 착공이 가능하지만 무안과 나주 등 일부 이해관계 지역민들의 분란이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성 있는 사업은 타당성이 높아 비교적 착공이 빨리 될 것 같지만 여기에도 변수가 있다. 바로 민자사업으로의 전환 여부다. 정부는 국비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민자로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는 비용 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적정수익 보장을 요구하는 민간투자자와 지난한 협상을 동반하므로 시간 측면에서는 일반 재정사업보다 더 지연될 수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민자사업인) 신분당선의 경우 20대 청년 사무관으로 일할 때 추진됐는데 중년 간부가 되고 나서야 일부 구간만 겨우 완공됐고 미착공된 곳도 있지 않느냐"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구체적인 재원조달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이다. 해당 사업비 중 84조원은 사업 추진 방식조차 정해지지 않은 신규사업이어서 구체적인 재원조달계획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설명도 타당하다. 그러나 자금조달계획을 짜지도 못한 사업을 단순히 '대통령의 지시'라는 이유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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