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장품 시장 변화/유상옥 코리아나 화장품 사장(기업인 문화칼럼)

우리 나라 화장품 시장에 방문 판매 전성시대가 있었다. 산업화가 한창이던70년대 화장품업계도 크게 성장하였다. 여성 판매원들이 화장품이 가득 찬 가방을 끌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소비자를 파고 들었다. 미모의 미용사원을 동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외상판매로 고정 고객을 늘려 나갔다.80년대 들어 화장품을 싸게 파는 전문점이 생기면서 유통방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껏 집에 앉아서 사 쓰던 화장품을 할인점에서 사면서 10∼20%의 값을 할인 받게 되었다. 점차 방문판매는 할인점 거래로 바뀌고 전국에 할인판매점은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다. 점포간의 경쟁은 가격할인 경쟁으로 나타났다. 할인폭이 커지게 된 원인은 판매업자 뿐 아니라 제조업자에게도 있다. 개방정책에 따라 외국산 화장품의 수입이 허용되면서 제조업의 허가제한도 90년대 들어 풀어졌다. 신규 제조업자가 늘어나고 기존 회사들도 생산 능력을 확장함에 따른 지나친 생산과 외제 수입이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은 가격질서의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국산 화장품이 가격인하 경쟁으로 치열한 싸움을 하는 동안 백화점의 수입품 매장은 제값을 다 받으면서 시장을 잠식해 들어왔다. 화장품업계는 가격 제도의 변경을 정부에 건의 하였다. 관련 법규를 개정하도록 추진하였는데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만 2년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외제 화장품들은 발판을 굳혔고 국산품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제조업자가 표시하던 권장소비자가격도 판매업자 가격표시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할인경쟁이 역기능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거품이 사라지면서 가격 질서가 정상화되었기 때문이다. 가게마다 모든 상품의 구입가에 적정 마진을 가산하여 실판매가격을 제시하게 됐다. 이에따라 제조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 모두가 적절한 유통마진을 확보할 뿐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신뢰성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동안 가격인하 경쟁에 휘말려 적자 경영에 허덕이던 제조업자들의 활로도 틔었다. 이젠 국산 화장품이 품질 우위 제품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적정가격으로 공급, 외국 화장품과의 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거리를 지나는 남녀행인들도 값싸고 좋은 화장품덕에 좀더 멋있고 아름다워져 도시의 삭막함을 한결 덜어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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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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