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는 38%의 점유율을 기록한 '노키아'였다. 2위는 'RIM'으로 점유율은 19%였다. 3위는 2007년 1월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이다. 17% 점유율을 기록하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3%대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고 LG전자는 이보다 더 낮았다. '아이폰 1' 출시를 계기로 세계 휴대폰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대 선도를 내세우며 각축을 벌였던 2009년. 그 당시 상황은 이랬다.
한국 스마트폰의 반전이 펼쳐진 것은 2011년부터다. 당시 삼성이 애플을 누르고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한 것. 그 뒤를 이어 LG전자가 2013년 세계 3위를 기록하면서 한국산 스마트폰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성과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2010년 삼성전자는 독자 모바일 OS '바다'를 장착한 스마트폰 '웨이브(Wave)'를 선보였다. LG전자 역시 '엑스포(GW 820)'와 'LG GW 500' 등을 공개했다. '뼈저린 반성'을 토대로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각종 스마트폰이 나왔고 사라졌다를 반복하면서 나온 결과이다. 현재까지도 노키아·모토로라·RIM·HTC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조사들이 애플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한국 스마트폰의 반전은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다.
韓 스마트폰의 전략적 위기 반증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한국 스마트폰 산업은 지금 또 다른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샤오미, 인도의 마이크로맥스 등 신흥 로컬 업체들의 가파른 상승이 원인이다. 이들 현지 업체들의 부상은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사실 한국 스마트폰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 각국 수요자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크다.
한 예로 애플은 단일 모델·단일 상품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조사들은 인도인이 원하는 것, 중국인이 원하는 것 등 각국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을 만들어왔고 이 전략이 주요했다. 그런데 해외 현지 로컬 브랜드의 성장은 한국이 자랑하던 지역별 특화 맞춤 전략이 더 이상 통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서다. 더욱 비참하게 하는 것은 애플의 선전. 애플은 두터운 고객층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혹자는 현재의 시장 변화에 대해 세계 모바일 시장의 축이 '머리'에서 '꼬리'로 이동하는 이른바 '롱테일 경제학'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발전이 둔화되고 시장의 성장엔진이 선진국의 중고가 시장에서 신흥국의 중저가 시장으로 옮겨가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며 "스마트폰 후반전, 새로운 변화는 글로벌 Top 10 리스트 밖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애플은 충성 고객을 토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삼성·LG 자리를 신흥 로컬 업체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위기의 강도가 최고 레벨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스마트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요약하면 '존속적 혁신'이 아닌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전자가 '스마트폰 기능 업그레이드'라면 후자는 '모든 것을 바꾸는 변화'를 말한다.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잡스의 철학을 철폐했듯이 말이다. 갤럭시 브랜드를 버려야 한다는 충고도 있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는 갤럭시 S7·S8이 나와도 과거의 갤럭시로 생각할 뿐"이라고 고언했다. A부터 Z까지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파괴적 혁신의 내용과 범위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점이다.
브랜드 버릴 각오로 파괴적 혁신해야
충성 고객도 중요하다. 파란 눈의 '삼성빠'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국내에서 충성 고객을 두텁게 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소외 받으면 해외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국내 휴대폰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충성 고객층도 얇아지고 있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
한국에서 '샤오미빠'가 생겨나는 것은 그 반증이다. 국내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샤오미 제품을 찾는 수요자가 늘고 있는 것을 그냥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