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쇠사슬처럼 목을 휘감았던 범죄의 족쇄는 벗었지만 그와 한국 관료들이 입은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부처 1급 A씨) 변양호(55)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사실상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 계열사의 로비를 담당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에게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 전 국장에게 징역 5년,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감옥에 처음 갇힌 지 꼬박 7년여 만이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김 전 대표의 진술을 기초로 해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원심이 김 전 대표의 진술 중 상당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한 상황에서 6억2,000만원 제공 부분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 전 국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서도 무죄판결을 받아 자신에게 덧씌워진 두 가지 멍에에서 모두 벗어나게 됐다. 한때 ‘천재관료’로 이름을 날렸던 변 전 국장. 그는 이제 범죄라는 그늘에서는 벗어났다. 그러나 변 전 국장 본인과 함께 그와 호흡을 같이 했던 관료사회가 입은 가슴의 상처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료사회의 분위기다. 공무원들은 후환이 두려워 ‘책임질 일’을 하지 않으려 했고 이는 ‘변양호 신드롬’을 낳았다. 그리고 그 신드롬은 금융권을 비롯한 경제계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인사는 “판결이 무죄로 났더라도 변양호 신드롬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변 국장 사건을 본 공무원들이 손에 피 묻히는 일에 나서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국장급 인사도 “기업 구조조정만 놓고 봐도 누가 나서 칼을 뽑고 어느 관료가 총대를 메겠느냐”며 “이번 사건의 후유증은 오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냉소는 공직사회 저변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대통령이 공직자들에게 선봉에 서라고 아무리 외친들 적어도 수년 동안은 먹혀들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경제부처의 한 1급 관료는 “정권이 바뀌면 새 정부 역시 과거 정권의 흠을 캘 테고 결국 이 과정에서 과거 공무원도 피해를 볼 게 뻔하지 않느냐”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변 전 국장에게 겨눠진 칼날이 남긴 상처는 이렇게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