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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거북한 상대 시에허



○ 시에허 8단 ● 이세돌 9단 (2011년 6월28일 충칭) 제1보(1∼13) 거북한 상대 시에허 제3회 비씨카드배에서 구리를 3대2로 격파하고 우승한 이세돌은 말했다. “즐기는 마음으로 둔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좋은 상대를 만나 즐겁게 두었습니다.”(이세돌) 휴식을 취할 여유도 없이 이세돌은 중국으로 날아가 춘란배 결승3번기를 치러야 했다. 춘란배의 상대는 시에허(謝赫)8단. 상대전적에서 이세돌을 4대1로 압도하고 있는 거북한 상대. 더이상 즐기는 바둑을 둘 수 없게 되었다. 시에허는 작년에 농심배의 1번타자로 나선 이세돌에게 일찌감치 고배를 안겨준 그 사람이다. 내심 10연승을 꿈꾸며 1번타자를 자원했던 이세돌은 달랑 2승만 거둔 채 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고 시에허는 4연승으로 연승보너스(3승 이상이면 주어지는 것)을 챙겼다. 그 전년도에도 5연승으로 성가를 드높인 바 있다. 이세돌의 흑번. 5로 높은굳힘을 한 것이 서반의 이채였다. 중국의 청소년 기사들이 자주 시도하는 패턴인데 이세돌이 그것을 펼쳤다. 평소에 연구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백6으로 갈라친 수순이 재미있다. 상식적으로 흑이 9로 다가왔을 때 10으로 벌리는 간격이 좁아서 백이 불만인 것 같지만 바로 여기에 시헤어의 꿍심이 곁들여 있는 것이다. 흑이 얼씨구나 하고 참고도1의 흑1, 3으로 두면 백4로 공격하는 수가 절호점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잘 아는 이세돌은 실전보의 흑11로 자기 진영부터 키우고 보았다. 김주호9단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10을 사이버오로에 올리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거의 필연입니다.”(김주호) 그러나 이세돌은 실전보의 흑13으로 붙였다. 언제나 이세돌은 상식적인 길을 벗어난다.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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