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화 이면계약 불법성 규명이 수사의 관건

치열한 법리공방속 대한생명 인수 무효논란 예상

"불법 이면계약이냐, 단순한 투자약정이냐" 2002년 대한생명 인수 당시 한화그룹이 호주의 맥쿼리생명과 맺은 이면계약에대해 검찰이 적용한 입찰방해 혐의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있다. 법의 칼날을 곧추세운 검찰과 경제적 관행으로 방패를 삼은 한화측 사이에 첨예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칼집에서 빼든 `입찰방해 혐의'는 한화의 대생 인수자격 자체를 문제삼은 것으로 상황에 따라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오면서 대생 인수 무효 논란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의 명운을 가르는 위력을 갖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현실을 의식한 듯 수사의 속도 조절과 범위 확대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다. 법원에서 이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무리한 법적용으로경제난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입찰방해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치명타를 맞는 만큼 그룹의 사활을 걸고 방어벽을 구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따라서 양측은 벌써부터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법정 공방을 벌일 태세를보이고 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국내업체들이 외국자본을 유치하면서 공공연히 이면약정을통해 투자리스크를 보전해줬던 자본유치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도 지대하다. 검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불법혐의의 골자는 한화측이 2001-2002년 맥쿼리생명과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맥쿼리생명의 대생 지분 출자금 2천만달러와 제반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대생 인수후 운용자산의 ⅓에 대한 운영권을 주겠다는 이면약정을 체결한 부분이다. 검찰은 ㈜한화가 곡물 수출입회사인 번기 싱가포르로부터 대두유 2천718만달러를 수입한 뒤 한화홍콩과 맥쿼리은행을 거쳐 번기 제네바에 수출하는 수법으로 맥쿼리생명에 2천463만달러의 인수자금을 비밀리에 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맥쿼리생명은 대생 인수 1년여 후인 2003년 12월15일 대생 지분을 한화건설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대두유 외상매입금을 결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화측이 이면계약을 미끼로 실제 투자의사가 없었던 맥쿼리생명을전략적 투자자인 것처럼 위장해 컨소시엄에 참여시킴으로써 예금보험공사의 대생 매각을 위한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형법 315조는 위계(속임수)를 통해 경매나 입찰의 공정성을 해친 자를 징역 2년또는 벌금 700만원 이하의 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김승연 한화 회장도 법의 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방해 혐의 수사가 어느 정도 진전되면 그 다음 단계는 한화그룹의 최고 경영권자인 김 회장이 입찰방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에 수사의 초점이 모아질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측은 검찰이 제시한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이면계약을통한 대생 인수가 불법적인 입찰방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면계약은 외국자본의 투자리스크를 보전하기 위해 신용을 제공한 행위로 통상적인 합작투자약정이라는 게 한화측의 반박논리다. 대생의 회생가능성에 회의적인 외국투자자의 지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투자 리스크를 회피시켜줄 안전장치가 필요하고 이 보전비용보다 컨소시엄 참여로 얻는 이득이 많다면 경제적으로 합리적 선택인 만큼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생 매각 당시 외국회사가 컨소시엄에 들어오면 자기자본으로 참여해야한다는 인수조건을 내걸지 않았으므로 한화의 투자리스크 보전은 인수조건 위반이아니라는 항변도 나오고 있다. 검찰과 한화측의 팽팽한 법리 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에서 "입찰방해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 1라운드는 일단 검찰이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김승연 회장이 사법처리되고 대생 인수가 무효화되는 사태로 확대될지는 불투명하다. 머뭇거리는 선진자본의 국내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상당수 국내업체들이어느 정도 리스크를 부담해온 관행에 첫 메스를 들이댄 이번 수사에 법원이 계속 손을 들어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수사의 성패는 이면계약의 불법혐의와 정관계 로비의혹을 규명하려는검찰의 의지 못지않게 법원의 판단여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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