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투명성 확보로 판단기준 제시/은행간 우열 바탕 차별화도 본격화은행이 얼마나 건전한가는 부실여신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은행감독원이 우리나라 은행의 부실여신비율을 공개하는 것도 은행과 거래하는 국내외 고객들에게 정확한 경영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국제금융계는 그동안 우리나라 은감원의 발표를 믿지 않았다. 은감원이 「부실한」 부실여신자료를 공개, 한국금융기관들의 취약한 구조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했다.
그동안 은감원은 회수의문과 추정손실만을 부실여신으로 공개할 뿐 고정여신은 숨겨왔다. 고정여신이란 부도나 법정관리 상태인 기업, 6개월이상 이자를 연체하고 있는 기업 등에 대한 여신중 담보를 처분해 회수할 수 있는 여신이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이 공개하는 부실여신 현황은 국제금융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19일 은감원이 고정여신을 포함한 은행권의 무수익여신규모를 공개함에 따라 이제 최소한의 신뢰는 회복하게 됐다.
이날 공개된 25개 일반은행의 무수익여신 비율을 보면 그같은 우려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제일은행의 경우 16.7%에 달했다. 서울은행이 15.1%, 제주은행이 14.8%에 달했고 충청은행과 전북은행이 각각 11.6%, 10.5%를 나타냈다.
지난해말 현재 미국내 은행의 무수익여신비율은 1.05%. 엄청난 부실여신으로 서열 10위은행이 파산하는 등 금융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지난 3월말 현재 불량채권 비율이 4.30%였다. 또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이 지난 90년이후 금융시스템 붕괴로 대형은행 파산 등 엄청난 후유증을 겪을 당시 무수익여신비율은 10%수준이었다.
이에 비춰보면 제일은행이나 서울, 제주은행 등의 무수익여신비율은 은행이 정상영업을 할 수 없는 파산직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들 은행은 은행간 흡수합병이 진행될 경우 최우선 합병대상이 될 전망.
은행간 우열에 따른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