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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알리바바 금융혁신의 본질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가 지난해 위어바오(餘額寶)라는 일종의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를 내놓자 금융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도입한 지 1년 만에 가입자는 1억명에 달했고 펀드 규모는 약 90조원을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미 MMF로는 중국에서 1위에 올라섰고 세계적으로도 5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위어바오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금융상거래를 할 때 거치는 에스크로(escrow) 계좌의 일시 여유금을 예금이 아닌 MMF로 운용해 예금금리는 물론 기존 MMF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 덕분이다.


MMF는 고객들이 언제 돈을 찾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유동성이 풍부한 단기채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위어바오의 현금성 자산은 40%에 달한다. 이 정도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돌려주려면 나머지 자산의 유동성이 떨어지든지 혹은 만기가 길 수밖에 없다. 적정한 유동성 규모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어야 이런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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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자산의 적정 규모나 전체 펀드의 만기를 정할 때 통상적으로는 위험관리(VaR·Value at Risk)값을 쓴다. VaR란 유가증권의 수익률을 정규분포로 보고 최대한의 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리스크 관리 방법으로 금융시장에서 많이 쓰인다. 문제는 수익률이 정규분포가 아니라 '뚱뚱한 꼬리(fat tail)'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종종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상거래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적정 현금성 자산 규모를 결정한다고 한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접근했던 금융자산 수익률의 정규분포 가정과는 전혀 다르다. 물론 지금까지 금리가 하락해 알리바바 펀드가 성공했는지 빅데이터 접근법이 우월해서 성공했는지는 불투명하다. 금리가 갑자기 상승해봐야 빅데이터 접근법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0년대 초에 MMF의 평균잔존만기를 1년 가까이 길게 가져가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펀드 인출 사태가 발생했던 적이 있다.

전자상거래 빅데이터를 금융에 적용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알리바바는 알리바바파이낸셜을 통해 소액대출을 하고 있다. 다양한 상거래 데이터를 이용해 독자적 신용평가를 하고 신청 즉시 대출을 해준다. 대출을 신청하면 알리바바의 중앙 빅데이터 정보를 통해 신용을 분석하고 3~4분 내에 알리페이(Alipay) 계좌로 돈이 입금된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과 달리 상거래의 빅데이터를 이용한다는 것은 혁신적인 걸음이다. 성공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혁신은 종종 저항에 부딪혀 비틀거리지만 어느 순간 중심에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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