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덤을 7호반으로 늘리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6호반 공제를 채택하고 있는 제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에서 흑승이 압도적으로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막돼 23일 창하오 9단(중국)_야마다 7단(일본)전까지 벌어진 농심배 대국은 모두 열판. 이중 흑승이 일곱번인데 반해 백을 쥐고 이긴 경우는 1국 목진석 4단(대 야마시타 6단), 3국 구도 9단(대 목진석 4단) 8국 조훈현 9단(대 요다 9단) 등 세 번 뿐이었다.
이번 농심배만 놓고 볼 때 6호반 공제조차도 여전히 흑에게 더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제란 먼저 두는 흑의 유리함(선착의 효)을 상쇄시키기 위해 계가때 흑에게 얹는 일종의 핸디캡으로 얼마를 적정선으로 해야 하느냐를 놓고 그동안 논란이 돼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70년대 말 일본서 시작된 5호반 공제제도를 도입해 최근까지 공식룰로 인정해 왔으나 흑이 절대 유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80년대 중반부터 기사들 사이에서 덤을 한 집 더 늘리자는 개정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마침내 97년부터 한국이 선구자적으로 덤 6집반을 채택하기 시작해 현재 세계기전 3개, 국내기전 1개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기전의 경우 제2회 LG배세계기왕전을 시작으로 98년 제3회 삼성화재배, 99년 흥창배와 농심신라면배 원년대회가 속속 덤 6집반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국내기전의 경우 지난해부터 명인전이 유일하게 6집반공제의 대세에 합류했다. 일본이나 중국은 아직 5집반 공제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까진 덤6집반이 이번 농심배에서 보듯 흑에게 큰 부담이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특히 명인전의 경우 본선 1라운드를 치른 결과 4판중 3판이 흑승이었을 정도였다.
이런 추세라면 선착의 효가 정확히 몇 집에 해당되는지의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7집반 공제 시대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 같다.
김후영 기자입력시간 2000/03/24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