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득 높아졌는데 복지열악" 고액보장 수요늘어

■ 종신보험 가입 500만명 돌파"가족 경제난 대비수단" 인식 확산 종신보험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가족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또 경제력에 불안을 느끼는 가장이 의지하기에는 턱없이 열악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 역시 종신보험 판매급증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10여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종신보험은 초기에 '기분 나쁜 보험'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가입자가 사망해야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전형적인 사망보험인데다 월평균 보험료가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상품이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종신보험을 판매해온 외국계 P생보사의 한 설계사는 "고객에게 '이 보험은 당신이 사망해야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설명을 하면 그 자리에서 상담이 끝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제 가정이 있는 젊은 샐러리맨들은 종신보험을 '꼭 필요한 보험'으로 여기고 있다. '내가 없더라도 우리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이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확산됐고 이러한 공감대는 사회 전반의 흐름을 바꿔 종신보험의 판매급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종신보험의 폭발적 성장은 단순히 보험영업 구조의 변화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ㆍ사회 전반의 단면을 반영하는 하나의 지표로 이해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 판매가 급증하는 배경 생보업계의 관계자들은 종신보험의 판매가 급증한 배경을 전반적인 소득수준의 향상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이에 따른 보험에 대한 인식 변화로 설명하고 있다. 배형희 삼성생명 재무컨설턴트(FC)는 "과거 생보상품은 3만~5만원대 저축성 보험이나 암보험 등이 주류를 이뤘으나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고액보장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진 것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핵가족 시대의 청장년층 가장들이 IMF 관리체제의 한파를 겪으면서 자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욱 강하게 느낀 것도 한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나 아니면 누구도 우리 가족을 돌봐주지 않는다'는 최근의 사회풍토가 보험이라는 일종의 '경제적 대비수단'을 찾게 했다는 설명이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가장이 경제력을 상실한 사례가 수도 없이 목격된 외환위기 시절의 우울한 기억도 최근 이 상품의 판매증가에 적지않은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복지제도 역시 종신보험 판매에 영향을 주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한 관계자는 "사회보장제도가 앞선 미국에서도 각종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종신보험 가입률은 높은 편"이라며 "복지수준이 떨어지는 한국에서는 보험으로 부족한 보장을 메우려는 성향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보험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이처럼 종신보험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변화된 것은 저축성 보험이 수십년간 시장을 주도했던 국내 보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보험도 은행 적금과 같은 저축'이라는 왜곡된 시각에서 서서히 벗어나 보험의 본래 기능과 목적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보험은 안면 있는 설계사의 권유와 설득으로 마지못해 드는 상품이었다. 따라서 보험사는 물론 보험업계 종사자들도 일반인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 그러나 종신보험의 영향으로 자발적인 보험가입자가 늘면서도 기존의 인식이 크게 변화됐다. 또 이 같은 변화는 보험사에도 상당한 이익을 가져왔다. 고가의 상품을 팔기 위해 보험지식이 있는 전문설계사를 집중 양성, 영업 생산성을 높였다. 또 금리부담이 높은 저축성 상품에서 보장성 상품 위주로 상품을 바꾸면서 수익기반도 안정화됐다. 생보업계가 지난 9월 상반기 결산에서 2조6,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계약자 배당 전)을 낸 것도 사실상 종신보험의 덕분이었다. 신이영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고보장 보험상품에 대한 사회적인 필요성과 함께 보장성 보험 위주 판매로의 전환이 시급했던 생보사들의 전략이 종신보험의 성격과 맞아 떨어진 것도 최근 판매급증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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