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차 컨소시엄 '급후진'

한전부지 예상 뛰어넘는 고액 베팅으로 재무부담 우려

현대모비스·기아차 등 폭락


현대차(005380)그룹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고액 베팅으로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손에 쥐면서 현대차 3사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현대차 컨소시엄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錢)의 전쟁'의 승자가 됐지만 감정가액의 3배에 달하는 과도한 낙찰금액은 배당성향 악화는 물론 적지 않은 재무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8일 거래소에 따르면 한전 부지를 따낸 현대차 컨소시엄에 포함된 현대차그룹 주가는 이날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일제히 폭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거래 전일 대비 9.17%(2만원) 하락한 19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현대차가 2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여 만이다.

현대차와 함께 컨소시엄에 참가한 현대모비스(012330)도 7.89%(2만2,000원) 떨어진 25만7,000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기아차(000270)는 7.80%(4,600원) 하락한 5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주주들에 대한 배당성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의결권이 없는 현대차 관련 우선주는 하락폭이 더 컸다. 현대차우(005385)(-11.0%), 현대차2우B(005387)(-12.58%), 현대차3우B(005389)(-11.59%)는 전날 대비 10%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반면 기대 이상의 자금을 손에 쥔 한국전력(015760)(5.82%)과 한전 부지의 시공을 맡을 현대건설(000720)(2.67%)은 수혜주로 분류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주의 급락을 견인한 것은 기관투자가들이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는 연중 최대 규모인 현대차 2,315억원, 기아차 1,000억원, 현대모비스 793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투자가도 현대차와 기아차를 각각 167억원과 387억원가량을 팔아치웠다.

이날 현대차가 10조5,000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낙찰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의 항의성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채희근 현대증권 팀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과도한 현대차의 낙찰금액에 대해 시장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무척 큰 상황"이라며 "당분간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회사의 이익이 주주들에게 원활히 공유되지 못한 점이 저평가 요소로 부각돼왔다"며 "이번 고가의 부지매입은 그동안 꾸준히 감소해오던 배당 성향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전 부지 매입이 중장기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단기적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 상승과 시너지 창출 효과로 부지매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으로 본다"며 "컨소시엄에 참가한 3개사가 지난 2·4분기 기준 24조원에 가까운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재무적인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