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해군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을 우리 기술로 제작, 보유하게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배는 건조하는 데 소요된 비용만 1조원이 넘고 모든 첨단 조선기술을 구비해야만 건조할 수 있다. 항공모함은 아니지만 비행기의 이착륙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기능과 전투력이 오히려 항공모함보다 뛰어나 우리 해군에는 새로운 보물이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그날 북한은 대함 미사일 몇 발을 해상에 발사하면서 묘한 심리전을 펼쳤다.
보도에서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이 이지스함의 특징은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수나 좋은 함포보다는 정보기술(IT)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배는 수백㎞ 밖에서도 적의 함대는 물론 비행기의 항적을 꿰뚫을 수 있고 이를 해군 내부뿐 아니라 육군ㆍ공군과 연결하는 해군의 브레인이자 눈ㆍ귀인 정보ㆍ통신 네트워크의 중심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눈’은 3군이 연합전을 펼 때에 필수적인 첩보와 정보를 제공하고 또한 해군의 지휘ㆍ통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현대 전투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쟁의 승패와 직결되는 이지스함은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3,000년 전 ‘병법의 아버지’ 손무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知彼知己)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百戰不殆)’라고 했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싸워야 할 상대가 있을 경우 늘 손무의 이야기가 옳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문제는 전쟁처럼 다이내믹한 상황에서 적과 아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그리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시큐브드아이(C³Iㆍcommandㆍcontrolㆍcommunicationㆍintelligence) 개념이다. 이는 지휘(command)ㆍ통제(control)는 군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쟁 수행의 기본 요소로 정보ㆍ첩보(intelligence)와 통신(communication)이 서로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네개의 요소는 그냥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승 작용을 하는, ‘곱해지는’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C³I라 부른다. 지휘관이 현장을 ‘보고 들으며’ 지휘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6ㆍ25 때의 포병 관측장교(FO)의 일지를 떠올려보자. 몇 명의 척후병이 전방 깊숙이 들어가 적진을 망원경으로 보면서 적의 위치와 탱크 수, 병력 등을 무전기에 대고 알린다. 이것이 포대 계산반에 전해지면 계산반은 ‘계산자’와 삼각법을 써서 포의 방향을 분석한 후 다시 포반장에 전한다. 포반장은 포의 방위각과 양각을 잡아 발사를 명령한다. 아마 FO가 관측한 후 포반장의 명령이 떨어져 포가 발사되는 데 적어도 30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전쟁 중 30분이면 속된 말로 ‘한참 물 건너간’ 얘기일 수밖에 없다.
현대전은 어떤가. 요즘은 FO가 조그만 무선데이터단말기를 들고 나간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위성을 이용해 자기 위치와 적의 위치, 주요 목표물 등의 정보를 그 단말기에 입력한 후 단추를 누르면 그 정보는 곧바로 포대에 전달돼 자동 계산된 방위각과 양각이 각 포에 달린 단말기에 뜨고 포반장은 발사 명령만 내리면 된다. 걸리는 시간은 30초 남짓. 적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타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렇듯 전자정보를 이용한 C³I는 ‘30분’을 ‘30초’로 단축해 무용지물이 될 뻔한 대포를 적에게 바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율적 무기 체계로 탈바꿈시킨다. 현재 우리 주요 군부대는 이러한 C³I 체계가 상당 부분 확립돼 있다. 목표물을 탐지하고 그것을 파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거의 0에 가깝다. 미래 군대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은 이미 우리 군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과거에 ‘감(感)으로 하던 전투’가 이제는 ‘알고 하는 전투’로 혁신된 격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손자병법의 현대화라고 하겠다.
C³I 체계가 완벽하게 구비되려면 앞으로도 수십조원이라는 거액의 국방비가 더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IT의 힘으로 현재의 무기 체계는 훨씬 더 현대화하고 효율적으로 될 것이며 국방력 또한 실질적으로는 향상될 것이다.
이는 특별한 국방력의 손실 없이 군 병력이나 기타 무기 체계를 감축할 수 있는 길을 새로이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이지스함 건조 및 보유는 같은 비용으로 다른 어떤 무기 체계를 늘리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우리 해군력을 증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우리 군의 국방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IT가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IT 국방력 증강은 한국 군대의 미래화 계획에 반드시 필요한 꿈의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