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황혼이혼 예방하려면…

"배려하고 정서적 투자 게을리 말아야"<br>부부 간 충분한 대화 갖고<br>인문학 강의 청강도 도움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회적으로 황혼이혼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창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황혼이혼은 이제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누구나 여건이 되면 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돼버렸다"면서 "황혼이혼 인구가 늘면서 과거와 달리 일종의 롤 모델들이 생겼고 부부 재산분할처럼 법적∙경제적인 제도가 보완되면서 개인의 선택을 제약하던 현실적인 요건들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무엇보다 황혼이혼에 대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약화되면서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얻게 된 것도 황혼이혼 증가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이전보다 이혼 자체가 쉬워졌고 이혼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약해졌다"며 "자녀들이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부부관계를 유지시켜줬던 연결고리가 느슨해지고 서로 간의 다른 가치관의 차이를 깨닫게 되면서 불행한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학적 측면에서는 여성폐경기에 따른 체내의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국희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여성 입장에서 보는 황혼이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동안 쌓였던 남편에 대한 불만과 원한을 뒤늦게 표출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으나 이 시기 아내들의 정신적∙심리적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폐경 이후 아내들은 남성호르몬이 늘어나면서 굉장히 파워풀해져 그동안 자신이 거추장스럽게 지고 있던 부담들을 덜어버리고자 한다. 그중 하나가 남편이 되면서 황혼이혼을 과감하게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황혼이혼이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인 만큼 '좋다' '나쁘다'를 단정지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너무 지나치면 개인화를 넘어 가족해체와 같은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부관계는 관계 자체의 질(quality)에 의해 유지되는 순수한 관계라기 보다는 주위의 시선이나 친척, 자녀 때문에 유지되는 경향이 컸다"면서 "전통이나 관습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닌 사랑이 밑바탕이 된 부부관계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고 노력하는 정서적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체적 실천방법으로는 충분한 대화를 하고 중년시절부터 부부가 함께 삶에 대해 인문학적 고찰을 할 수 있는 교육∙강좌 등을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홍 교수는 "배우자와 향후 20년간 함께 살아야 할 인생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 보면서 서로의 불만과 관심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 생각과 느낌을 공유해야 한다"며 "일상생활의 부담이 클 경우 휴양지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고 여러 방법을 시도했으나 부부갈등이나 냉담함이 풀리지 않는다면 정신과적 상담을 함께 받아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의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생각보다 큰 만큼 남편이 이를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지가 부부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황혼이혼으로 홀로된 노인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비슷한 또래끼리 사회적 단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배우자, 친구, 다른 형태의 인연을 만들어 다시 한번 노년의 삶의 질을 재건할 원동력을 만들어 주려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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