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머독이 노리는 것

[기자의 눈] 머독이 노리는 것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은 언론인이라기보다는 언론 장사꾼이라고 표현해야 적당할 것 같다. 그는 22살에 아버지로부터 호주의 애들레이드지를 물려받아 언론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좋은 신문을 만들기보다 사업에 몰두해왔다. 그의 경영철학은 이익 극대화다. 그는 매체를 인수한 후 철저하게 흥미 위주의 보도방식을 고집한다. 애들레이드지를 운영할 당시 그는 매일 신문 3면에 반나신의 여자 사진을 실었고 영국 런던타임스를 인수했을 때 기자의 30%를 선정적 보도에 숙련된 타블로이드 출신 기자로 대체했다. '재미있는 기사'가 잘 팔리는 기사고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기사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런 머독이 이번엔 경제 매체에 눈을 돌렸다. 미국 최대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모기업인 다우존스를 실제 주가보다 67%나 부풀려 총 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 일부에서는 머독의 다우존스 인수 작전이 종이신문의 가치를 되새겨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단면적 해석에 불과하다. 머독의 속내는 종이신문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경제 언론을 사업과 투자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뿐이다.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매체 파워가 센 투자대상을 지목한 것에 불과하다. WSJ 대주주인 밴크로프트 가문은 애초 거절의사를 표명했다가 입장을 바꿔 머독과의 협상에 응하면서 머독의 다우존스 인수 가능성은 높아졌다. 머독은 밴크로프트 가문이 우려하던 편집권 보장을 약속했지만 그렇다고 WSJ의 권위가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머독은 사업을 위해 호주 국적을 버리고 미국 시민권자가 됐고 영국 보수당을 지지하다가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찬양했다. 그는 전향의 명수였고 그에게는 '식인 상어'라는 별명이 주어졌다. 그의 전력을 미뤄볼 때 WSJ를 인수한 후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것이라는 약속도 믿기 어렵다. 뉴욕타임스지는 사설에서 머독이 다우존스를 인수할 경우 WSJ가 가진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그의 야심이 다우존스를 물들일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해진다. 입력시간 : 2007/06/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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