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전과 성공]

『이미 국산화된 품목은 절대 손대지 않는다. 아직 우리 기술로 만들지 못하는 것에만 도전할뿐이다.』의료용구 분야에서 30년 인생을 살아온 김서곤(金西坤·60) ㈜솔고바이오메디칼회장. 金회장은 이 철칙을 지금까지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 국산은 쳐다보지도 않는 의료업계 현실에서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웬만해서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의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성균관대 법대를 나온 金회장이 의료용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영업사원으로서였다. 金회장은 『말이좋아 세일즈맨이지 그때만해도 미군부대를 거쳐 나온 장물들을 병원에 팔던 보따리장사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헌책방에서 우연히 집어든 스테인레스관련 책한권이 그를 사업가 인생으로 인도했다. 제조회사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던 金회장이었지만 이책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외과용 수술도구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우리회사 부장으로 있지만 당시에는 어린티도 채 못벗은 직원 하나와 일을 시작했다. 재료를 사다가 손으로 직접 깎고 자르고 갈아서 제품을 만들었다.』 「솔고」라는 상표는 그때 만들어졌다. 국산임을 감추기 위해 「아미코」같은 해외상표를 본따 「솔코」라고 이름붙였던 것이다. 77년은 독일과 합작했던 경쟁사를 제치고 혼자힘으로 정부조달과 군납자격을 따내면서 사업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물량을 대기위해 돈이 벌리는대로 기계를 샀다. 포크·나이프공장을 찾아다니며 기계를 눈으로 확인하고 주문했다.』 이후 카달로그를 만들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 카달로그는 부도라는 상황으로 내몰고 말았다. 이제껏 외제라고 생각하고 썼던 것이 국산이라고 알려지자 매출이 완전히 중단됐다. 『82년 1월15일 2억원을 부도냈다. 2,000만원이 당좌수표여서 부정수표단속법에 걸려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재기하는데는 처숙부의 도움이 컸다. 金회장은 『남대문경찰서장을 지낸 그분이 퇴직금 반을 내놓으면서까지 나서줬다』며 『지난해 작고하기까지 처숙부님은 사업동반자로 함께 했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더이상 국산임을 감추지 않았다. 만날필요도 없다는 병원사람들을 붙잡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며 회사를 유지해갔다. 수술도구에서 헬스케어로 사업확장을 하게 된 것은 88년에 불었던 자석요바람 덕분이었다. 金회장은 『자석요 허가만 받아주면 한장당 5만원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내 사업방침에 맞지 않아 거절했지만 이를 통해 가정용 의료용구시장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전기로 찜질을 하는 온열전이치료기는 처음엔 괜찮았지만 핵심부분인 면상발열기에 문제가 생겼다. 솔고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무한대 AS를 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손해가 났다. 만약 새제품이 3개월내에 만들어지지 못하면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몰렸다. 2년이상 걸릴 거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가며 金회장은 3개월만에 완성품을 냈다. 97년 새 면상발열기는 세계특허까지 받게 됐고 지난해는 전자파없는 제품을 특허출원해 또하나의 히트상품을 예고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임플란트(인공뼈)와 관련된 얘기도 드라마틱하다. 93년 개발을 마치고 허가까지 받았지만 써주는 병원이 없어 5억원의 투자비가 잠을 자야 했다. 그로부터 4년후 갑자기 불어닥친 IMF는 金회장에게 기회를 안겨줬다. 국산품을 찾는 병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은 손놓고 있던 98년 그 엄동시절에 우리는 25억원을 투자했다』며 『이제는 최고제품으로 인정받고 있고 척추보정장치(페디클 스크류)도 생산이 눈앞에 있다』고 설명했다. 金회장의 요즘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연구소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다보니 솔고라는 브랜드가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같이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외국학자가 공부하러 찾는 연구소를 만들기로 했다.』 외과용수술도구와 헬스케어제품, 그리고 바이오사업으로 세계시장을 누비겠다고 그는 청사진을 그려보였다. ■솔고바이오메디칼 솔고는 외과용수술기구에서 출발해 지금은 생체용금속제품(임플란트)과 세계적 기술로 인정받는 인조혈관용스텐트 등을 전문생산하는 생명과학업체다. 1,800여종에 달하는 수술기구들은 국내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고 미국 FDA에도 등록돼있다. 미국·일본 등 20여개국에 연간 160만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97년 의공학연구소를 통해 개발한 접골용 금속판 및 나사와 지난해부터 판매되고 있는 척추고정장치·골접합용 내고정장치 등도 최고로 친다. 코스닥등록 예비심사를 청구해 놓고 있으며 4월말 등록예정이다. 박형준기자HJ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3/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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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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