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다시 기업이다-신 기업가정신을 키우자] 반기업정서가 기업가정신 가로막는다

동부 영농사업 진출 농민반발로 무산 등

"기업인=범죄자" 사회인식부터 바꿔야


지난 3월 동부그룹 계열의 동부팜한농은 충남 논산에서 운영하고 있던 유리온실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2010년 사업자로 선정된 새만금사업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경기도 화성의 화옹간척지에 지은 유리온실도 매각했다. 이로써 동부는 해외시장 개척과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해온 영농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동부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농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된 데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반기업정서가 크게 작용했다. 당초 동부는 정부가 수출농업 활성화와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한 첨단유리온실 조성계획에 따라 유리온실사업에 뛰어들었고 여기서 생산된 토마토의 90% 이상은 해외로 수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일부 농민단체는 대기업이 농업까지 진출한다며 크게 반발했고 동부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동부는 유리온실에서 생산한 토마토는 국내에서 팔리는 것과 품종이 다른데다 국내에는 절대 유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농민단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동부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영농사업 철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동부그룹의 영농사업 철수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정서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꼽힌다. 첨단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비전도 대기업이라고 하면 무조건 백안시하는 그릇된 사회풍토 탓에 제대로 피지도 못한 채 저물고 말았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뿌리 깊은 반기업정서와 노동 문제가 한국에서의 기업활동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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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하반기 기업호감지수'에서 응답자의 70.2%는 국내의 반기업정서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조사의 66.5%보다 더 높아진 수치다. 국민들도 우리 사회의 반기업정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느낀다는 의미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근 "반기업정서와 경제민주화 때문에 기업에 대한 규제가 자꾸 늘어난다"며 규제완화가 어려운 이유로 '반기업정서'를 꼽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단체장들도 앞다퉈 반기업정서 해소를 외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박용만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가장 강조한 점 역시 반기업정서 해소였다. 취임사에서 그는 "상공인들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 만큼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일부의 잘못된 행동으로 전체가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에 따뜻한 시선으로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격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 달리 우리 사회의 해묵은 반기업정서는 쉽사리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이 처음 공개되자 고액연봉을 받는 기업인은 무조건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고 최근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논란이 불거지자 타당성 여부는 따지지도 않은 채 또다시 대기업들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죄악시하고 기업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이병철과 정주영을 만들 수 있는 기업가정신은 꽃피우기 힘들 것"이라며 "기업들도 투명윤리경영으로 신뢰를 쌓아가야겠지만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도 무조건적인 대기업 때리기로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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