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투자 과열] 사채업자도 가세 머니게임 양상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한창 떠오르는 벤처기업가로 명성을 날리던 A사장. 그는 올해초부터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해 있다.그가 창업해 직접 경영하던 네트워크 전문업체 B사는 직원들에게 아예 맡겨버리고 자신은 유망한 벤처기업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A사장은 올해들어서만 10개 벤처기업에 투자해 2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둬들였다. 그는 이 돈으로 직접 사업을 하다 진 빚의 절반이상을 갚을 수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벤처투자를 하기 시작했는데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다파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불과 2년전만해도 직원들과 기술개발에 밤을 지새던 A사장은 요즘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접촉해 펀드를 조성하고 유망한 벤처기업들을 탐색하러 다니는 데 땀을 쏟고 있다. ◇뜨거운 벤처 투자열기 = A사장은 일례에 불과하다. 각 부처마다 펀드를 만들어 벤처투자붐을 이끌고 있는 정부를 필두로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기업, 금융기관, 에인절, 개인에 이르기까지 벤처에 투자한다고 야단들이다. 모든 자금운용주체의 관심이 온통 벤처투자로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벤처투자의 대명사격인 창업투자회사수는 올들어서만 13개가 늘어나 82개에 이르고 있다. 기업과 개인을 가리지 않고 창투사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이후 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사채업자들이 창투사를 차리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을 정도이다. 창투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금융기관및 기업들처럼 자체 펀드를 만들여력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의 벤처 투자문의가 줄을 잇고 있으며 소액투자자들은 코스탁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머니게임 양상 = 벤처투자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저금리기조에 있다. 고금리에 익숙해진 자금이 갈 곳을 잃고 있던 터에 벤처기업과 코스닥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금운용처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벤처캐피털에 대한 세제감면, 자금출처조사 면제등 정부의 특별한 배려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벤처투자붐은 21세기 산업의 핵심으로 등장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긍정적인 현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 일고 있는 벤처 열기는 뭔가 크게 왜곡되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성공할 경우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그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벤처기업으로 확인된 기업수만 지난 10월말현재 4,200개가 넘지만 부도가 난 기업은 없다. 이유는 정부가 한 해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벤처기업에 쏟아붓고 있기 때문. 부실한 벤처기업도 서류만 잘 작성하면 정부의 자금을 받아 회사를 유지시킬 수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에서 성공할 확률이 1%도 채 안되는 벤처기업이 국내에서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특별 원칙이 일반화되어 있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최근의 벤처투자바람은 정부가 풀어놓은 눈먼 돈을 바탕으로 수익을 부풀리는 머니게임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벤처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원과 분위기에 들뜬 투자붐이 벤처열풍에 상당한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전한 투자 풍토 조성 시급하다 = 전문가들은 최근의 벤처기업 투자열기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따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불나방식 투자가 진정되어 국내 벤처기업의 내용이 제대로 알려질 경우 코스닥시장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열기가 급속하게 냉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벤처투자에 뛰어든 일반투자자들의 막대한 손해가 불보듯 뻔하다. 투자자금회수에 실패한 기업, 금융기관들은 벤처투자에는 아예 등을 돌릴 수도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나친 열기로 인해 벤처기업으로 돈이 몰리는 자금의 순환구조가 완전히 깨지지나 않을까 두렵다』고 말하고 『이제는 망하는 벤처기업이 나올 때』라고 지적했다. 풍선처럼 부풀어진 벤처투자열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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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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