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압박…"마냥 무시할수도 없고…"

정부 내년 `쌀 관세화` 협상 맞물려 곤혹 광우병 파동으로 위기에 빠진 축산업자들의 로비에 밀려 미국 정부가 한국, 일본 등에 미국산 쇠고기의 조기 수입재개를 요구할 태세다. 이는 국제 관례를 무시한 억지성격이 강하지만, 내년 쌀 관세화 연장을 둘러싸고 미국과 힘든 협상을 벌여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무조건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쇠고기를 중심으로 한 농산물 분야가 한미간 최대 통상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광우병 피해액 최고 연간 150억달러 미국이 조기 쇠고기 수출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광우병이 과거 영국과 비슷한 규모로 확산된다면 향후 7년간 소 29만9,000마리를 도축해야 하며, 미국내 소비감소와 수출 중단에 따른 피해액은 연간 150억달러로 예상된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네브래스카 등 동부지역 표밭의 민심을 좌우하는 미국 축산업계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소비는 어쩔 수 없지만, 한국과 일본에 압력을 가해 이들 나라가 수입을 재개하면 축산업계의 피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일본(32만톤ㆍ11억7,000만달러), 멕시코(29만톤ㆍ7억6,000만달러), 한국(20만톤ㆍ6억8,000만달러) 등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30억달러에 육박한다. 곤혹스런 한국 정부 미국 정부가 통상압력을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아직 압력을 받은 적이 없으며,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정부는 또 일본 정부 등 미국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다른 국가와의 국제공조를 모색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나아가지도, 덜 나아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국은 일본보다 불리한 위치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미 쌀 관세화 조치를 내린 일본은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에 아쉬운 것이 없지만, 내년에 쌀 재협상을 벌여야 하는 한국 정부는 약점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통상분야 관계자들은 “쇠고기와 쌀 문제는 연계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국제 협상의 `주고-받기` 관행을 감안하면 쇠고기가 아쉬운 미국과 쌀이 아쉬운 한국이 절충점을 찾으려 할 가능성은 높다. 물론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을 허용하더라도 실제 수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쇠고기 수입이 전면 자유화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유통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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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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