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외산담배의 눈물

가격 올렸다 판매부진땐 인하… 고무줄 담배값에 소비자 외면

국내시장 점유율 하락곡선… 주고객 젊은층 금연열풍도 한몫

구조조정 카드 꺼냈지만 미봉책… BAT·JTI 뾰족한 해답없어 고민


외산 담배가 국내 담배시장에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가격 인상으로 직격탄을 입은 데다 주 고객층인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금연 바람이 불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26일 담배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1.6%로 지난해(12.5%)보다 1.1%포인트 줄었다. 던힐·켄트·럭키스트라이크·보그 등을 판매하는 BAT코리아는 2010년까지만 해도 KT&G에 이어 국내 시장점유율 2위이자 외산 빅3 중 1위 업체였다.

하지만 2010년(17.6%)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5년 새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6%포인트 크게 빠졌다. 메비우스 등을 보유한 일본계 담배회사 제이티인터내셔널(JTI)도 올 상반기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6.3%로 같은 기간 0.6%포인트 빠졌다. 한국필립모리스의 경우 2010년 16.9%에서 2011년 19.9%로 점유율이 늘어나긴 했으나 이후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KT&G는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점유율이 지난해 61.7%에서 올해 62.3%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KT&G는 2010년엔 외산담배의 반격에 시장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담배업계에서는 외산 담배 추락의 이유를 가격 조정의 '악(惡)수' 때문으로 본다. 2012년과 2013년 경기 불황에도 아랑곳 없이 연이어 무리하게 가격을 올렸다가 소비자 외면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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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급감하자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 부랴부랴 가격 조정에 나섰으나 외산 담배 가격은 '고무줄 담배값'이란 비판만 돌아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BAT코리아가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10월 켄트 가격을 2,3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렸다.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켄트 값을 2,500원으로 인하했다. JTI도 지난 5월 메비우스 라이트소프트팩(일반팩·한정팩) 가격을 2,700원에서 2,500원으로 내렸다.

여기에 최근들어 핵심 소비층인 20~30대 애연가 상당수가 금연에 나서고 있는 점도 외산 담배 위기의 요인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외산 담배들이 맘대로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한 행태에 소비자 반감이 컸다"며 "잘 팔리면 인상하고 판매가 저조하면 내리냐는 비판 속에 고객들이 외산 담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연 열풍에도 흡연을 이어가는 중장년층과는 달리 외산 담배의 주 고객인 젊은 층은 최근 몇 년 새 흡연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사면초가의 외산담배가 난관을 헤쳐나갈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고육지책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BAT코리아는 최근 영업인력을 기존 500명에서 300명 정도로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JTI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노조와 불협화음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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