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영웅전] 기자쟁선의 묘방

제7보(54∼68)


백의 행마가 의외로 어렵다. 도망치면 물론 죽지는 않겠지만 좌변이 모두 흑의 확정지가 되고 중원마저 시커멓게 될 공산이 크다. 이세돌도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서 이세돌 특유의 과감한 행마가 쏟아져 나와 검토실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우선 백54로 뛴 이 수. “뭐지? 가랑이가 찢어질 텐데.”(서봉수 9단) “흐음. 버리고 둔다. 이거로군.”(조훈현 9단) “이세돌의 진가가 나오는군요.”(양재호 9단) 뒤이어 놓이는 백56. 이제 백의 작전은 분명해졌다. 아래쪽 백 5점을 내주고 좌변과 중원의 주도권을 움켜쥐겠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놓이는 58. “기자쟁선(棄子爭先)의 묘방입니다.”(양재호) 위기십결에 나오는 멋진 방책. 자기의 수하 일부를 버리고 대신에 선수를 쟁탈하는 이 요령. 이세돌은 역시 절정 고수였다. 흑63으로 웅크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참고도1의 흑1로 두는 것이 집으로는 이득이지만 백2 이하 6을 당하면 중원의 백세가 너무도 좋아진다. 백66이 놓이자 이미 백의 실리가 흑을 능가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흑67이 생각보다 통렬한 침입이라는 점인데…. 흑69로 젖히는 것을 보고 김성룡 8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레이도 역시 한가락이 있군요.”(김성룡) 백으로서는 일단 68로 누르는 수밖에 없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2의 흑3까지를 예측하고 있었는데….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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