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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높은 투자비용과 진입 장벽을 뚫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낸 창조경제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전인미답이었던 항체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버전을 세계 최초로 개발, 산업사에 한 획을 그은 강소기업으로 통한다. 국내 기업은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가 만료된 항체의약품을 개발,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작용은 적고 효능은 뛰어난 항체의약품을 보다 많은 국가에서, 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관절염치료제 레미케이드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Remsima)'는 지난해 7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에 이어 지난 6월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가장 엄격한 규정을 지닌 EMA의 의약품 허가 결정은 램시마의 글로벌 출시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램시마는 강직성 척추염,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 및 3상을 통해 대조약과 안전성ㆍ유효성 측면에서 동등함을 입증했다. 이를 토대로 EMA로부터 대조약과 같이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건선, 건선성 관절염, 소아크론병 등 모든 적응증에 대해 인정받았다.
셀트리온은 이번 EMA 허가를 통해 약 30조원(267억 달러)에 달하는 TNF-알파 억제 항체치료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 시장은 현재 3개 블록버스터 제품이 전체시장을 분점하고 있으며, 램시마가 1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3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한국제약사상 단일품목으로 조 단위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최초의 의약품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국내 대형제약사의 매출이 1조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앵커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6년 물질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글로벌 임상을 종료하고 제품허가를 받기까지 램시마 개발에만 7년간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위해 임상에 착수한 이 회사는 일본에서도 제품허가 승인을 위한 현지 임상시험을 성공리에 종료했다.
항체의약품은 그 동안 높은 가격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다. 실례로 미국시장 기준으로 보면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의 환자 1인당 연간치료비는 최대 2만달러에 달한다.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경우에는 6개월에 3만6,000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램시마는 효능은 동등하면서도 가격이 오리지널 제품의 70%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막대한 의료재정 부담에 지친 전세계 의료계와 환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항체의약품의 혜택을 받지 못한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도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TNF-알파 억제 항체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을 종료한 회사가 없기 때문에 셀트리온은 최소 4~5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체의약품은 1개 제품의 시장규모가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에서의 파괴력이 막대하다. 로슈의 제약부문 매출 42조원 중 52%가 3개 항체의약품에서 나온다. 존슨앤존슨의 경우 1개 항체 제품 레미케이드의 매출이 전체 제약부문 매출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항체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고 하는 것은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항체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013년 71억달러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450억달러(5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점에서 셀트리온은 제약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연다는 의미를 넘어 전자, IT산업의 뒤를 잇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과 미래 먹거리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램시마에 대한 EMA 제품 허가는 부작용은 적고 효능은 뛰어난 항체의약품의 대중화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매년 1~2개 제품을 시장에 런칭하면서 후속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 중인 항체의약품은 총 13종. 두 번째 제품인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은 한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허가절차에 들어갔다. 세 번째 제품인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도 올해 임상 3상에 진입하는 등 파이프라인 구축 작업이 자리를 잡았다.
이와함께 셀트리온은 자체 바이오신약의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광견병 바이러스 등 각종 감염성 질환에 대한 항체 치료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융합을 통해 항체에 합성의약 물질을 결합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한 차세대 바이오 신약 개발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