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기업 총수 의결권 제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더 논의

여, 경제민주화 3호 법안 추진

새누리당이 재벌ㆍ대기업 총수의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총수 일가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환상형 순환출자를 통해 원래 지분보다 부풀려진 의결권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관행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은 31일 비공개 모임에서 이 같은 방안에 공감했다고 모임의 대표인 남경필 의원이 전했다. 다만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했던 신규 순환출자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은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우려에 따라 일단 보류했다.


◇총수 의결권 제한은 찬성=애초 실천모임은 삼성ㆍ현대 등 다수의 대기업이 경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려 했다. 총수의 의지로 계열사끼리 출자를 통해 고리를 형성하면서 들어간 돈에 비해 높아진 총수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과도한 순환출자는 재벌ㆍ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켜 중소기업의 성장, 신규기업의 창업 등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날 모임에서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총수의 지분이 없는 계열회사는 1,349개로 전체의 86.2%에 해당하고 29개 대기업집단이 139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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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순환출자 자체를 막을 경우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것까지 옥죈다는 지적과 우려가 비등했다. 총수 일가가 부당하게 기업을 지배하며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주는 피해만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한 것이다.

순환출자를 허용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공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은 이유다. 모임의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면 기존 순환출자든, 신규 순환출자든 총수의 과도한 지배를 막을 수 있으며 이는 순환출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순환출자 자체를 막으면 기업이 계열사 간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까지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법에도 가공의결권의 행사를 제한한다. 환상형이 아닌 상호출자에서는 회사가 자기 주식을 가져도 의결권을 제한한다. 환상형이든, 상호든 기업 내부인인 총수의 계열사 출자는 외부인 주식투자자의 기업경영 감시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앞으로 실천모임은 재벌ㆍ대기업이 감춰온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공개할 계획이다.

◇순환출자 금지는 논란=그러나 실천모임 의원 상당수는 순환출자를 허용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가 일종의 재벌개혁의 상징처럼 알려지면서 야권으로부터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논리적으로는 순환출자를 허용하고 의결권만 제한하는 것이 맞지만 정무적 판단에 따르면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전 위원장이 '신규순환출자 금지'를 주장하고 있어 반대하지 못하는 의원도 많았다. 한 소속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기존순환출자는 허용하고 신규순환출자만 금지한다고 말하는 바람에 이미 순환출자를 하고 있는 삼성ㆍ현대만 면죄부를 주냐는 비난이 나오고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존 출자에도 적용되는 가공의결권 제한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저런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위해 실천모임은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더라도 외국의 투기 자본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수 없도록 포이즌 필(poison pillㆍ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용 독소조항)이나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등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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