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과 이머징마켓 국가의 국부 펀드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국부 펀드는 막대한 규모의 외환 보유고를 축적한 중국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 국가들과 중동의 산유국들이 주로 운영하는 국책 펀드로 선진국 기간산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선진국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WSJ에 따르면 현재 국부 펀드의 투자 규모는 2조~3조달러 규모로 추정되지만 현재의 증가 추세대로라면 향후 10년 동안 10조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10조달러 수준까지 커진다면) 국부 펀드는 그 자체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부 펀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모임에서 G7은 한국과 중국ㆍ노르웨이ㆍ싱가포르ㆍ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재무장관 등을 불러 국부 펀드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운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국부 펀드의 운용은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른 것이며 선진국들의 연금 기금 및 헤지펀드와 차별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맞섰다.
WSJ는 국부 펀드에 대한 규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 대선기간 동안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공화ㆍ민주 양당 간에 치열한 논란이 진행될 것이며 결국은 미국 및 유럽의회에서 국부 펀드에 대한 투자 장벽을 높이는 쪽으로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