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서울”… 지방화시대 적극 대처/무교·강남·과천권 구분 업무효율높여/2세경영 전환·그룹 변신 상징적 의미코오롱그룹(회장 이웅렬)의 과천시대가 열렸다.
30대 대기업집단으로는 코오롱그룹이 처음으로 그룹사옥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으로 이전, 지난 7일 준공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코오롱타워로 이름붙여진 이 사옥에는 그룹 회장실과 기획조정실은 물론 코오롱그룹의 주력사인 (주)코오롱을 비롯해 상사, 건설, 엔지니어, 정보통신, 유화, F&T, 유통, 전자, 한국화낙 등 10개 계열사가 살림을 차렸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수만도 1천여명에 달한다.
사람과 학교·기업이 너나할것 없이 서울로 밀려드는 현실에서 대기업이 탈서울을 단행했다는 것은 지방화시대를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오롱은 지역발전 프로그램이나 각종 지역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주민에 대한 고용을 확대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몸은 과천에 있고, 마음은 서울에 있다」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과천에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코오롱측은 강조한다.
코오롱그룹이 사옥을 이전하게 된 것은 사세의 확장에 따라 무교동사옥이 지나치게 비좁고 계열사들이 여러곳에 분산돼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코오롱의 과천시대개막은 단순한 사무공간 이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2세경영체계로의 전환등 그룹 변화의지와 재도약을 다짐하는 상징인 동시에 제2의 창업으로 21세기를 맞이한다는 전략적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이웅렬 회장은 준공식 치사를 통해 『사옥의 과천이전은 단순한 주소지의 변화가 아닌 그룹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코오롱타워는 그룹 새출발의 상징물이자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코오롱 중흥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천사옥의 입주로 코오롱은 사업영역별 특화 배치를 실현하게 됐다. 기존 무교권에는 코오롱상사의 무역과 패션·스포츠 등 소비재사업군이, 강남권(삼성동)에는 건설과 금융·레저 등 서비스사업군이, 과천권에는 섬유, 화학, 기계 등 제조업군이 각각 자리를 잡아 업무효율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코오롱은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 43년 역사에서 과천코오롱타워는 4번째 사옥이다. 54년 코오롱그룹의 모태이자 상사의 전신인 삼경물산이 명동에 간판을 내걸었고 그후 경복궁인근 종로구 통의동시대를 거쳐 79년 무교동시대를 열었다. 무교동 사옥은 완공 당시만해도 서울 중심가에서 최고층 빌딩중의 하나여서 일종의 이정표역할을 하기도 했다.
코오롱타워는 지상 18층규모로 그다지 높은 빌딩은 아니지만 저밀도로 개발된 과천시의 도시계획상 특성으로 우뚝 솟아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연면적 1만1천2백평인 과천사옥은 21세기 일류기업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첨단 인텔리전트빌딩으로 설계됐다. 중앙관제센터의 인공지능시스템은 온도와 습도가 날씨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된다. 햇볕이 강하게 내려쬐면 창문 커튼이 자동으로 내려오는 에너지절약시설비도 갖췄다. 엘리베이터 관리 및 방재·방범기능도 중앙관제센터도 도맡아 5명이내의 최소 인력으로 빌딩전체를 관리할 수 있다.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중흥을 다짐한 코오롱그룹이 21세기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주목되고 있다.<권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