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성CEO '상복 터졌다'

연말 시상식 들러리 옛말 굵직한賞 잇달아 무더기 수상이제 달력을 두 번 더 뜯어내면 2001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한 해 동안의 공과를 평가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에는 재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1년간의 기업 실적을 평가하고 격려하기 위한 시상식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올들어 이런 시상식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두드러진 특징은 수상자 명단에 상당수의 여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 과거만해도 이런 시상식에서 여성은 음식의 고명이나 장식용 꽃 정도로 여겨졌다. 절대적인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굵직한 시상식에서 여성에게 따라다니던 '홍일점(紅一點)'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한국벤처기업대상 시상식에서는 3명의 여성CEO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성CEO는 한 명 내외에 그쳤으나 이처럼 무더기(?) 수상자를 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주)디자인스톰 손정숙 사장이 대통령상, ㈜ 대성메디테크 이봉순사장이 산자부장관상, 대진통신㈜ 이순례사장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상을 받았다. 여성 CEO들의 무더기 수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산업협력재단에서 주최한 제 4회 산업협력 대상에도 4명의 여성 CEO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지디지털 이영남사장, ㈜디자인스톰 손정숙사장, ㈜베리테크 한미숙사장 등이 산업부장관상, 파소나기닷컴 김아현사장이 국제산업협력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특히 손정숙 ㈜디자인스톰 사장은 잇달아 큰 상을 받자 주위로부터 '상 복이 터졌다'는 말을 듣고 있다. 여성 CEO들이 이처럼 굵직한 상을 휩쓴 것은 먼저 이들이 경영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여성의 창업이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물론 여성 창업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지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중소기업청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성기업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경제인에 대한 각종 우대 정책과 법률적 지원에 따라 지난해부터 여성 경제인들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인 중 여성의 비율은 35%에 육박했다. 특히 여성이 창업, 경영하고 있는 기업 중 30%는 지난 2000년 이후에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나날이 활발해지는 추세 속에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여성의 창업이 가속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99년 2월 여성기업인 지원을 위한 법률이 통과된 후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여성의 기업활동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여성 CEO들은 관련 협회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서로를 지원하고 격려하고 있다. 여성벤처협회는 올해 창립 3주년을 맞아 이영남 회장 체제로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여성 CEO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7월에는 100억원 규모의 여성기업 투자펀드가 결성된 데 이어 회원사를 위한 여성벤처타워 건설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또한 IT 분야의 여성 CEO들을 위해 지난 9월 여성 IT기업인협회(회장 김혜정)가 출범해 회원들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이다. 한편 여성 기업인들은 최근 여성CEO들이 잇단 수상식에서 우수한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것을 아주 고무적인 현상으로 풀이한다. 이영남 여성벤처협회장은 "여성기업인들은 수상을 계기로 지금까지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네트워크 구축'에 선배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한편 후배들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우수한 여성 고급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동기부여로 상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인 관련 상을 받은 여성경영인 및 그들의 기업을 소개한다. ▦이지디지털 이영남사장 디지털 계측기전문 업체인 이지디지털(www.ezdgt.com) 사장으로 여성벤처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미 뛰어난 영업력과 사업 추진력을 인정 받은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 CEO로 평가된다. 지난 88년 이지디지털의 전신인 서현전자를 설립한 후 산업용 계측기 분야에 대한 선택적 집중을 통해 지난해 253억원의 매출(순익 22억원)을 달성했다. ▦㈜디자인스톰 손정숙사장 지난 99년 삼성SDS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웹에이전시 디자인스톰(www.designstorm.co.kr)은 분사한 지 2년에 불과하지만 이미 100여건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정도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인정 받았다. 삼성SDS에서 갈고 닦은 풍부한 프로젝트 경험과 벤처기업의 강점인 스피드와 유연함을 적절하게 결합한 결과다. 내년 초 샘플제작을 목표로 방송용 애니메이션 사업을 추진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예상매출은 약 120억원 규모. ▦대성메디테크 이봉순사장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업체인 대성메디테크(www.dsmed.co.kr)는 업계 최초로 PACS장비 임대서비스를 실시했다. 지난 연초 정보통신기기업체인 센텔과 공동으로 임대협약서를 교환, 수십억원에 달하는 PACS장비를 임대형태로 제공해 중소병원의 자금부담을 크게 덜어 주었다. 이 사장은 "올해 매출목표를 250억원으로 예상하는데 지난 8월 말까지 수주한 영업실적이 180억원으로 매출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리텍 한미숙사장 베리텍은 유무선 통신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연구원들이 지난해 1월 창업한 연구 개발 전문업체. 한 사장은 ETRI에서 15년간 근무하며 라우터, 교환기 등의 개발을 주도했다. 올 예상 매출규모는 약 20억원. 한 사장은 "앞으로 더 잘 하라는 충고와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과 여성 CEO들의 결속을 다지는데 힘쓰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대진통신기㈜이순례사장= 대진통신기(www.daejinxtal.co.kr)는 고속 모뎀(ADSL, HDSL, 케이블)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으로 전파전달과 광학기능을 갖고 있는 수정(crystal) 부품을 개발하는 업체. 이 사장의 경력은 독특하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3년간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다 회사경영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자금관리업무를 맡았으나 지난 95년 회사가 큰 위기를 맞자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게 됐다. 이 사장은 89년 4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사업을 시작해 매출 48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낸 주역으로 장비부품업계에는 보기 드문 여성 CEO다. 대진통신기의 올해 예상매출은 70억원. ▦파소나기닷컴 김아현사장 KBS문화사업단의 기자와 동아TV의 패션제작국장 등 18년의 방송 경력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해외에 비해 낙후된 국내의 패션컨텐츠 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불태운다. 파소나기닷컴(www.fasonaki.com)은 파리ㆍ밀라노ㆍ뉴욕ㆍ런던ㆍ도쿄 등 5대 컬렉션을 포함한 세계 패션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패션 컨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다. 패션기자와 카메라감독 프로듀서 등이 각종 패션쇼의 현장에서 컨텐츠를 제작해 살아있는 정보를 생산해낸다. 이 회사는 SDN 등 2개 케이블 TV에서 패션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 1.4분기에만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장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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