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일단 진정됐다고 판단, 과거의 유동성 공급에서 벗어나 인플레 퇴치라는 본연의 역할에 주력하는 등 통화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이는 세계적 고금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 등 신흥시장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 금리 인상 잇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4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고, 영란은행도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앞서 오스트레일리아은행도 지난 3일 5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다.
이밖에 덴마크 등 다른 유럽국들도 ECB에 맞춰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여부다. 각종 경제수치가 엇갈리고 있어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금리 인상을 점치는 쪽이 약간 우세한 편이다.
J.P.모건증권은 최근 『미국이 이달에 이어 내년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미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달에는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4일 보도했다.
◇국제유동성 위축된다=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잇따라 인상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 파커 밀스는 『중앙은행의 초점이 바뀌기 시작했다』면서 『국제 유동성 경색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왕윤종(王允鍾)박사는 『세계경제가 안정됨에 따라 금리도 원상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면서 『미·유럽은 과거 80년대식의 일본판 버블현상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흥시장 충격 크다= 국제유동성의 위축은 가까스로 회복조짐을 보이는 아시아 등 신흥시장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경원(金京源)박사는 『전세계적으로 연쇄적인 금리 상승이 초래될 경우 아시아 수출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물론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내부에서도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경제가 다소 살아나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 등을 감안할때 오히려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상범 기자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