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메릴린치증권이 전세계 반도체 산업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추면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미국 나스닥 선물 가격이 하락했으며, 국내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하락 반전했다. 삼성전자가 상승 출발후 1,000원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감했고 하이닉스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업종의 주가는 이미 하락했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주가 수준에서 더 이상 상승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반도체 재고증가 등 공급과잉 우려를 들었다.
또 올해 반도체 산업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31%를 유지하나, 내년 전망치는 당초 16%에서 6%로 10%포인트나 하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전망도 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에 대해서는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국내 증권사 역시 내년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점을 보이고 있다.
송명섭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반도체 산업은 그다지 썩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올해 하반기 실적은 2ㆍ4분기 수준 이상으로 호전될 전망이어서 주가는 한차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 “전반적으로 PC나 D램의 경우 내년에도 전체적인 출하량은 증가하겠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한 성장률은 이미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꺾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종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메릴린치는 반도체 장비업종에 대해서도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올해 반도체 장비시장의 성장률이 당초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15% 이하로 성장률이 낮아질 전망인데다, 내년 전망치도 10%에서 8%로 하향조정됐기 때문.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 역시 당초 20~25%에서 15%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의 경우, 최근까지 주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다가 최근 하락했지만, 국내 반도체주는 크게 하락한 상태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상으로는 아직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송 애널리스트는 “주가 측면에서만 봤을 때 국내 반도체 업체의 경우 지나치게 하락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매수로 대응했다가, 반등시 차익실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